말로만 금리 혜택…까다로운 우대조건 철벽
“초저금리 정책에 예·적금 판매 실익 한계”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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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시세보다 높은 금리로 판매되는 예·적금 상품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단리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1.1%대에 머물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적금의 평균 금리는 연 2.2%대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0.5%로 25bp(1bp=0.01%포인트) 인하를 결정하면서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는 더욱 하향조정될 전망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한 푼의 이자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시세보다 높은 금리로 치장한 예·적금 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 요건 달성이 어려운 우대금리로 설정돼 겉치레 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 25일 코로나19로 침체한 국내 프로야구 시장의 부흥을 기원한다며 KBO를 테마로 한 ‘2020 신한 프로야구 적금’을 선보였다.

월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1.14%에 조기 가입, 선택한 구단의 성적, 관중 수 등 요건 충족에 따른 우대금리 1.4%포인트를 더해 최고 연 2.8%의 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대금리 항목 중 KBO 경기 관중 수 조건은 사실상 없는 혜택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한국시리즈 최종 경기가지 관중 수 800만명 돌파를 기준 삼았으나 현재 KBO리그는 코로나19 여파에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뒤늦게 해당 항목을 무관중 경기 종료 이후 평일 평균 관중 수, 주말 평균 관중 수에 각각 평일 무관중 경기 수와 주말 무관중 경기 수를 곱한 수로 대체 인정키로 했으나 고객들이 상품 가입에 앞서 우대금리 확보 여부를 가늠하기엔 상황이 모호하다. 신한은행은 무관중으로 시즌이 마무리되는 상황에 대한 대체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달 1일 출시한 ‘신한 11번가 정기예금’ 역시 우대금리 조건 달성이 까다롭다.

이 상품은 50만원부터 최고 3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3개월제 정기예금이다. 기본금리는 연 0.8%이며 오픈뱅킹 서비스 신규가입 시 연 0.3%포인트, 11번가신한신용카드 첫 결제 고객 대상이 해당카드로 11만원 이상 이용 시 연 2.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최대한도(300만원) 납입 기준 2만원 남짓한 이자를 받기 위해 오픈뱅킹 신규가입에 신용카드까지 새로 발급해야 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의 월 최대 30만원 납입, 6개월 만기 적금상품 ‘우리 WON모아 적금’은 시중 상품 중 최고 수준인 연 3.5% 금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기본금리가 연 0.5%로 낮게 설정돼있어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선 만기 해지 시점까지 마케팅 동의 및 오픈뱅킹에 타행 계좌 등록 유지, 매월 2회 이상 오픈뱅킹 서비스를 활용한 입출금통장 입금거래 실적 등 복잡한 우대금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전례 없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이자 지급에 대한 실익을 위해선 예·적금에 다양한 조건을 덧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까다롭게 여기는 고객이 있을 수 있으나, 여건에 적합하다 느끼는 고객 수요도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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