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피해자 대상 퇴직연금대출 허용 추진
부실 부담없는 운용 기대…정확한 담보 가치산정 관건

(자료='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표 정리=보험연구원)
(자료='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표 정리=보험연구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근로자를 위한 퇴직연금 담보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코로나19 사태에 피해를 본 개인의 신용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미회수 부담이 적은 담보대출 판매로 위험조정수익률(이자수익률-대손율)이 개선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금융정책 과제 중 하나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등 제반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의 핵심은 코로나19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근로자가 퇴직연금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이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은 근로자의 퇴직연금 대출 실행을 엄격히 제한한다. 무주택자의 주택구입이나 전세금·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파산선고·회생 절차 개시, 기타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만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기타 천재지변’의 범위를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단 근로자의 노후자산이 모두 사라지는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담보대출 허용액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50%로 제한할 예정이다.

근로자들이 최대한 유리한 환경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관련 상품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교적 확실한 담보 기반의 퇴직연금 대출은 코로나19로 힘든 근로자에게 낮은 금리로 목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 특별 대출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근로자들의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들도 퇴직연금 담보대출 확대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부실 부담 없이 안정적인 코로나19 금융지원 상품 제공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또 퇴직연금 담보대출은 최근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방어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초부터 이어진 증시 불안 여파로 올해 1분기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0.81%로 전 분기(2.42%) 대비 1.6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은행들이 현재 퇴직연금 담보에 정확한 가치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은 난제다.

대출을 신청한 고객의 퇴직연금이 실적배당형으로 고위험 상품에 높은 비중을 둬 운용되고 있으면 원리금에 대한 변동성이 커져 표준적인 가치를 산출해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에 수급권이 적용된다는 점도 은행의 가치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퇴직금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보면 근로자의 퇴직금에 대해 직접적인 채권 압류나 추심 등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원활한 퇴직연금 대출 운용을 위해선 이번 시행령에서 은행에 대한 퇴직연금 채권 보전이 명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 절차 작업을 조만간 시작할 방침이다. 은행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모아 앞으로의 퇴직연금 담보대출 방향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입법예고 등 기본적인 소요시간이 있어 코로나19 피해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 담보대출의 실제 시행까지는 약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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