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도전 속에 만들어지는 술
젊은 감성 반영한 인스타 마케팅 언택트 환경에 주효

서울 마포 광흥창에 술도가 하나 생겼다. 만드는 족족 인스타그램을 통해 완판되고 있는 ‘구름아양조장’. 30대 젊은 양조사 세 사람이 우리 술의 지평을 넓히면서 상상력을 키워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은 이 양조장의 대표 술인 ‘만남의 장소’다. 라벨은 반가사유상의 미소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 광흥창에 술도가 하나 생겼다. 만드는 족족 인스타그램을 통해 완판되고 있는 ‘구름아양조장’. 30대 젊은 양조사 세 사람이 우리 술의 지평을 넓히면서 상상력을 키워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은 이 양조장의 대표 술인 ‘만남의 장소’다. 라벨은 반가사유상의 미소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사진=구름아양조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은 상상력이다. 처음 모방과 발견에서 시작된 술의 역사는 형식과 규칙으로 오랜 기간 유지됐지만, 맛있는 술을 갈망하며 자유로운 상상력을 더하면서 술의 가짓수는 계속 늘어왔다.

특히 21세기의 세 번째 10년을 열고 있는 요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한 잔의 술에 담긴 상상력을 마시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우리 술의 지평도 크게 넓어지고 있다.

전통에 구애받지 않고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술에 담는 술도가가 지난해 서울에 들어섰다. 젊은 30대 세 사람의 의기가 투합된 곳이다. 마포 광흥창역 인근의 ‘구름아양조장’이 바로 그곳이다. 

마셔본 벌꿀술(미드)이 맛있어서 ‘곰세마리양조장’에서 영업과 마케팅으로 술과 첫 인연을 맺은 양유미 팀장이 이 술도가의 실마리다. 양조를 위해 특별히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배우지도 않았다.

벌꿀로 술을 빚으면서 효모를 알게 되고 발효와 숙성, 그리고 온도를 배우면서 시작된 양조인의 길을 결국 쌀을 주재료로 하는 ‘구름아양조장’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술을 빚은 것이 햇수로 4년. 

양 팀장의 실타래는 식품회사에 다닌 이두재 팀장으로 이어진다. 양 팀장이 곰세마리 시절 같이 술을 빚자고 해서 가던 길에서 벗어나 이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여기에 술샘과 순성양조장 등에서 양조 실무를 담당했던 소지섭 팀장이 합류하면서 ‘구름아’는 합일체가 된다.

이렇게 모인 세 사람의 술이 요즘 주류 업계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은것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첫 작품 ‘사랑의 편지’ 때부터다. 

이 술은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올리자마자 순식간에 예약판매가 이뤄졌다. 지역특산주 면허가 아니다 보니 택배 배송도 불가능한데, 구매자가 양조장까지 와서 찾아가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15차례 이상의 배치가 모두 완판됐다. 최근에는 200병이 3분도 안 돼 예약이 끝나기까지 했으니 이 술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름아’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술맛이다. 이 양조장이 지향하는 술은 여느 술도가처럼 ‘맛있는 술’이다. 그런데 ‘맛있는’에 개성이 부여돼 있다. 양유미 팀장은 “‘구름아’가 지향하는 맛의 기준은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고 한 병 이상 찾아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말한다. 

소규모주류제조 면허를 지난해 취득하고 약주인 ‘사랑의 편지’와 막걸리 ‘만남의 장소’ 두 종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구름아양조장’ 사진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양유미 팀장과 이우재 팀장. 합일체 중 소지섭 팀장이 합류하기 전 촬영 사진이다. (사진: 구름아양조장)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를 지난해 취득하고 약주인 ‘사랑의 편지’와 막걸리 ‘만남의 장소’ 두 종의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는 ‘구름아양조장’ 사진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양유미 팀장과 이우재 팀장. 합일체 중 소지섭 팀장이 합류하기 전 촬영 사진이다. (사진=구름아양조장)

술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다 보니 이 술도가에선 자신들의 술을 전통주에 가두려 하지 않는다. 약주인 ‘사랑의 편지’나 막걸리인 ‘만남의 장소’ 모두 그들이 꺼내놓은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발효 중에 부재료의 특성을 술에 반영하기 위해 맥주 양조에서 주로 사용하는 드라이호핑처럼 ‘구름아’에선 두 번째 덧술 과정에서 레몬과 건포도를 넣고 있다.

또한 ‘사랑의 편지’에는 철원 오대미 외에 천도복숭아를, ‘만남의 장소’에는 꿀과 생강, 후추 등을 추가로 넣어 양조한다. 따라서 보통의 우리 술과 달리 맛이 풍성한 편이다. 다양한 재료에서 각각의 개성 있는 향취가 술에서 어우러지도록 술을 설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발효주의 특성상 같은 레시피로 술을 빚어도 다른 맛을 내기 십상인데, ‘구름아’에선 다른 맛을 감추기보다 해당 배치의 특징을 오히려 구매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솔직하게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배치 별로 다른 맛을 내 술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도 얻고 있다.

최근 이 술도가에선 여름 시즌을 위한 새로운 술 개발에 한창이다. 여름 술인만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도록 ‘사랑의 편지(14도)’나 ‘만남의 장소(12도)’보다 낮은 알코올 도수(9~10도)의 상큼한 술을 만들고 있다. 

전통주 혹은 가양주의 관점에서 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 술은 파격적이며 심지어 즉흥적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젊은 양조인 세 사람의 상상력이 빚은 술은 고답적이면서 예상 가능한 술의 범주를 벗어나 있다.

‘구름아’가 올해 언택트의 환경 속에서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건 그들의 열정으로 빚은 상상력과 젊은 감성을 적극 반영한 마케팅 방법에 답이 있을 것이다.

벌써 이 술도가의 다음 술이 기대된다. 그리고 젊은 양조인들의 재기발랄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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