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5년 내 AI 기반 기업화
수렵채집인이 농경 결정한 것처럼 디지털 선택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인류가 수렵 채집을 그만두고 농경과 정착을 선택한 것을 두고 흔히 ‘신석기 혁명’이라 한다.

그런데 하루 4시간 정도 일하면 편히 쉴 수 있었던 수렵 채집 생활 대신 온종일 노동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든 농경을 선택한 것을 두고 ‘신석기 혁명’이라 하는 것에 대해 고고학자 간에는 많은 말이 오간다.

또한, 수렵 채집인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고 농경과 정착을 선택하게 한 요인이 무엇이었느냐를 두고도 논쟁은 그치지 않는다. 

인구압박설과 이상기후설 등 1만년 전을 두고 고고학자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당대를 해석하느라 분주하다.

물론 얼토당토않게 꾸며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발굴된 다양한 고고학 유적을 두고 합리적 추론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의 가설이 ‘의자 뺏기 놀이’ 가설이다. 의자 뺏기 놀이는 사람의 수보다 의자를 하나 줄이고 의자를 차지하는 게임을 말한다. 

다양한 먹이 그물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이동하며 안정적으로 영양분을 섭취했던 수렵 채집인들이 그 숫자가 늘면서 같은 장소를 두고 다른 그룹과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자 가장 좋은 곳부터 하나씩 정주를 선택하게 된다.

한 마디로 최적의 수렵 채집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인류가 차선으로 농경 생활을 하게 됐다는 뜻이다. 거시사에서 인류는 포화상태에서 매번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아왔다. 농경도 그렇고 산업화도 마찬가지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고도의 소비사회에 진입할 수 있었고 그 사회는 또 다른 층위의 사회로의 이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산업혁명이 지닌 동력이 지난 수백년 동안 사용돼 고갈돼, 우리는 또 다른 혁명의 힘으로 살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처럼 한정된 자원을 더는 나눌 수 없을 상황에서 시스템과 구조를 새롭게 만들어 다시 선순환의 경제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인공지능(AI)과 핀테크를 중심에 두고 이뤄지는 제4차 산업혁명. 우리는 그 시작과 끝은 물론 규모까지 예측할 수 없다. 매일 쏟아지는 관련 뉴스 속에서 우리는 그 혁명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전초에서 이끄는 산업 중 하나가 금융업이다.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사가 수년 전부터 디지털 행보를 강화했고, 심지어 디지털 기업 선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디지털 원년을 선언한 바 있는 삼성생명도 예외는 예외는 아니다. ‘2020 삼성생명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나온 삼성생명의 계획은 디지털 회사로의 전환까지도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향후 5년 이내에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회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소식이 더는 새로울 것 없는 시대다.

모든 금융사들이 지속가능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IT회사로 변신을 주창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따라서 이제는 그 성과에 주목할 시기다. 말의 성찬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않은가.

마련한 전략의 정확도와 투자할 예산의 규모가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누가 제대로 적재적소에 예산을 투입해서 고객의 시선과 손길을 먼저 잡아내느냐가 관건인 시대가 된 것이다. 
삼성생명의 진단은 분명하고 적확하다.

보험설계사는 고령화되고 있고 청년 설계사의 유입은 크게 줄어 비즈니스 모델의 변경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보고서에 나와 있듯, 보험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해있고, 초저금리 시대는 더 오래갈 것이다.

모델의 변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 이외에 답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치 수렵 채집인들이 최선의 수렵지를 최적의 상황에서 차지할 수 없게 되면서 정착할 수 있는 땅 중 가장 좋은 땅을 먼저 차지하려는 것처럼, 삼성생명은 디지털에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인용된 “수많은 기회와 위기의 순간에 지혜롭게 선택하고 담대히 도전하겠다”는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의 말이 정답일게다. 우리 모두 그 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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