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 ‘최초’
분조위원장 맡은 김은경 부원장 1호 결정

▲김은경 소비자보호처장
▲김은경 소비자보호처장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에 한 획을 그었다. DLF·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사고로 국내 금융시장이 혼탁한 가운데, 소비자 보호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한 모습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달 30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환매 중단 피해자에게 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액 배상 사유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지난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모두 적용된다.

분조위에서 금융투자상품 관련 분쟁조정 사례 중 계약취소 및 판매사의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은 이번이 최초다. 그간 분조위 통상 배상 비율은 20~50% 수준이었다. 역대 최대로 꼽히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배상비율도 80%였다. 

특히 이번 분조위 결정에 있어 기망이 아닌 착오로 인한 계약취소를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해당 라임 무역금융펀드건을 기망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금융소비자에 대한 빠른 손실 보전을 위해 보다 빠르게 적용 가능한 착오로 처리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실제 기망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론 내기 위해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조사가 마무리돼야 하고, 법원 판결까지도 긴 시간이 소요돼 투자자 입장에선 애가 탈 수 있다. 착오로 인한 계약취소나 기망으로 인한 계약취소 모두 소비자에게는 투자금 전액 반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길게 시간 끌 필요가 없다는 게 분조위 판단이었다. 여기에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는 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 거래를 적용하는 것보다 판매사나 자산운용사의 과실 입증 책임 정도가 낮다는 점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올해 부임한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사진>이 분조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소비자 보호에 더 무게를 실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조위 당시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것인지 민법을 적용할 것인지 치열한 논쟁이 있었으나, 김 부원장이 어떤 법이든 소비자 보호에 가장 적합한 법을 적용하는게 맞다고 주장하면서 전액 배상 결론을 빠르게 낼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는 분조위가 앞으로도 소비자 보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분조위 결정이 그간 불완전판매, 기망, 사기 등으로 얼룩진 사모펀드 생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첫발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김은경 부원장은 “이번 분조위 결정은 밤낮없는 토론과 여러 형태의 법률자문 그리고 법리적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법과 원칙에 따라 도출됐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무역금융펀드가 통상 투자자에게 자기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서의 기본전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전액 배상의 결정적 이유로 꼽았다. 

그는 “근본적으로 투자자에게는 자기책임의 원칙이 부과되나 이번건은 투자자에게 허위·부실기재된 투자제안서를 정상적인 상품으로 인식시킨 위법적 상품 권유이고 판매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조정사례가 금융시장에 내제된 불신으로 생긴 깊은 상처 위에 반창고만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환부를 도려내 새롭게 신뢰를 구축하고, 재건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모펀드와 관련한 분조위는 지속 개최될 전망이다. 현재 무역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라임자산운용 펀드,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디스커버리·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한 분쟁조정이 다수 접수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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