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지속 상승…“코로나19 장기화로 차주 상환능력 저하”
건전성 강화 위해 대출 요건 정비하고 충당금 적립계획 수립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장기화 전망에 건전성 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출 급증으로 관련 리스크가 커지자 하반기부터 한층 깐깐한 대출 관리체계를 구축해나갈 방침을 세웠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국내 15개 은행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살펴보면 은행들은 오는 3분기 대출에 대한 태도를 지난 2분기보다 다소 강화할 것이란 의사를 밝혔다.

올 3분기중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지난 1분기 11에서 2분기 1로 떨어진 뒤 3분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수가 플러스(+)면 대출태도를 완화, 마이너스(-)면 강화하겠다고 답한 은행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은행 여신 책임자들은 실물 경기 부진으로 인한 채무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오는 3분기부터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 역시 가계소득감소에 따른 상환능력 저하로 저신용·저소득층 차주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2%로 지난 3월 0.39%, 지난 4월 0.40%에서 지속 상승세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완전 종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연체율이 급증할 것을 우려해 대출 속도를 조절하며 장기전 대비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우량업체 재직자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다.

우리은행은 이달 1일부터 ‘우리WON하는 직장인신용대출’의 한도 산정 시 연소득 인정 비율을 하향 조정했으며 요식업종 대출 시 건당 1억원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공문도 전 지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건전성 강화를 위해 하반기부터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그간 자산의 질이 양호하다 강조하며 대손충당금 적립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으나, 지속적인 연체율 상승과 금융당국의 손실흡수능력 강화 주문에 적립액 확충 방안을 강구 중이다.

금융지주들은 이달 중으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자산 점검 및 대손충당금 적립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

지난 2분기 기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1조1000억원 대비 늘어났다. 은행권에서는 금융지주마다 코로나19 장기화 전망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500억~800억원대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규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겪고 있는 은행들은 사건 수습을 위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분기까지만해도 대출 연체율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각종 금융지원으로 대출액이 급증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은 떨어져 리스크 부담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 들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조짐이 뚜렷해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대손충당금 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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