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민간위원 위촉…투자자 관점서 상품 고난도 판정
은행 “자문 기구보다 모호한 고난도 기준 정비 급선무”

금융당국이 설정한 '고난도 금융상품' 기준.
금융당국이 설정한 '고난도 금융상품' 기준.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고난도금융투자상품판정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판정위는 은행이 판매하려는 사모펀드, 신탁 등 금융투자상품이 고난도 위험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금융위원회 소속 기구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이르면 내달부터 고난도금융투자상품판정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판정위 설치는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종합개선방안’의 후속 조치다.

당시 금융당국은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 금융사 내부통제 미흡 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금지령을 내렸다.

금융위는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최대 원금손실가능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규율했다.

판정위는 은행이 고난도 금융상품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판단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이 위원장을 맡고 소비자 보호 전문가, 자본시장 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25명 내외의 민간 위원이 위촉될 예정이다.

금융상품의 위험 정도 판단은 1차적으로 은행이 한다. 이후 해당 여부가 불분명하면 금융투자협회에 판단을 의뢰하고, 금투협에서도 판단이 어려울 시 금융위에 최종 판단을 요청한다.

요청을 받은 금융위에선 소관부서장이 상품을 먼저 살펴본 후 고난도 금융상품에 명백히 포함된다 판단할 경우 소비자정책과장과 협의 후 은행에 바로 통보하고, 그렇지 않으면 판정위에 다시 판정을 넘긴다.

판정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의뢰 상품이 고난도 금융상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은행에 회신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은행권에선 판정위가 모호한 고난도 금융상품 기준의 근본적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위험 상품 판매 금지 후 영업 일선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고난도 판단 기준 자체였다”며 “상품구조 복잡성을 정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며 일반 상품 위험성도 파생상품 못지않은데 원금손실 가능성을 하나의 기준으로 잡은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문 기구를 추가로 설치할 게 아니라, 금투협과 금융위를 거쳐도 판단이 모호한 상품이 생기지 않도록 기준을 상세히 재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금융상품의 손실 가능성은 설계에 따른 위험 정도가 기준이지 투자자 이해 정도가 아니다”라며 “판정위에서 고난도 상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해서 문제 발생 시 판매사에 대한 면책권이 생기는 것도 아닌 데, 판매사 입장을 배제한 채 '이해한다, 못한다'의 추상적인 투자자 관점을 중점으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는 건 향후 결과에 대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판정위원단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관점의 합리적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 전문가를 포함한 민간 위원들이 금융사로부터 상품의 구조와 기초자산 등을 설명받은 뒤 이해하기 어려운지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 온전한 투자자 관점에서 고난도 정도를 판정한다는 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종합개선방안 발표 후 고난도 금융상품 기준이 모호하다는 은행권의 의견을 수렴해 판정위를 구성했다”며 “고난도 판단 쟁점 중 하나인 상품의 복잡성은 투자자 이해 정도와 같다. 판매사와 관계 기관들이 판단하기 모호한 부분을 소비자 보호 전문가 등 민간 위원들이 해소해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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