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선급제 만들어 시장 혼탁 주도해
금감원도 제지…급격한 몸집확대도 우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교보생명이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매출을 급격하게 늘려온 방식이 논란이다.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매출경쟁에 뛰어들면서 타 생명보험사들의 건전성까지 문제를 일으켰다는 판단에 금융감독당국도 자제를 권고했다. 교보생명은 과거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볼륨영업을 지양하던 보험사다. 급작스레 자산규모를 늘리려는 배경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변종수수료 제도로 방카매출 급상승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지난달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일시납 제외) 수입은 120억원으로 전달(61억원)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교보생명의 월별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은 1월 43억원, 2월 47억원, 3월 67억원, 4월 53억원, 5월 61억원 등이다. 업계는 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월납 초회보험료 수입이 100억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은행서 보험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건 선납수수료 영향이다. 선납수수료란 미리 낸 보험료에 대해 판매수수료도 당겨서 지급하는 형태다.

이는 올해 초 교보생명이 방카슈랑스 채널에 처음 도입했다. 저축보험에 가입해 12개월간 내야 할 보험료를 첫 회에 모두 내면, 이에 해당하는 1년치 수수료를 분급 없이 은행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후 방카슈랑스에 주력하는 생보사 8곳이 선납수수료를 은행에 주기 시작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선납수수료 제도를 처음 시행한 이후 타 보험사들도 따라 시작하게 됐다”라며 “선납수수료라는 없던 제도가 생겼다보니 수수료를 미리 더 받으려 하는 은행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됐디”라고 말했다.

금감원, 수수료 과잉경쟁 제동

선납수수료 제도가 확산되자 금융감독원도 제지에 나섰다. 선납수수료가 탄생한 건, 일명 ‘선납플랜(1/3플랜)’이라는 방카슈랑스 저축보험 판매 관행서 비롯됐다. 선납플랜이란 단기납(적립형) 저축보험 계약자에게 가입 첫 달에 보험료의 전부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납 저축보험에는 초기 1년치 보험료를 첫 회에 선납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 납입보험료의 2배(200%)까지 추가납입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해 3년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2년납, 3년납 저축보험을 일시납(거치형)처럼 가입하는 것이다.

판매수수료 전체를 가입과 동시에 일시 지급하는 상품은 일시납 보험을 제외하면 어느 판매채널에도 없다. 금감원은 이러한 방식이 보험사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보험사가 판매채널에 줘야할 수수료를 조기 집행할 경우 회계상 수익을 인식하기도 전에 지출만 급작스럽게 늘어난다. 반대로 판매채널에서는 판매시점부터 전체 수수료를 미리 당겨 받을 수 있어 이득이다. 

DLF나 라임사태 등 고난도 펀드상품 판매로 된서리를 맞은 은행 입장에선 선납수수료를 주는 보험사 상품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선납수수료 제도가 타 생보사에까지 퍼진 이유다. 

금감원은 특정 회사가 단기적으로 영업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수수료제도가 전체 생보사의 과열경쟁 및 건전성악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리다매’ 저축영업 괜찮을까

보험사는 똑같은 금액의 저축보험을 팔더라도 선납플랜이면 사업비를 더 적게 떼야하고, 계약자에게 환급금은 더 얹어줘야 한다. 선납플랜이 일종의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마진이 적어도 매출 규모는 커, 은행을 통해 쉽게 자산을 불릴 수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본격적으로 방카슈랑스를 통한 저축성보험 매출을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 1~6월간 저축성보험에 적용한 공시이율은 2.55~2.43%로 주요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는 단기납 저축보험 확대에 우려를 표한다. 생보사들은 향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나 건전성규제(K-ICS)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추세다. 바뀌는 제도에서 저축성보험은 계약자에게 갚아야할 부채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은행 고객에게 시중금리 대비 높은 공시이율로 작성된 장기 환급률 예시를 보여줄 경우 장기적으로 민원이 발생할 소지도 있다. 저금리가 길어질수록 생보사의 공시이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상장 보험사면 실적발표를 의식해서라도 몸집을 부풀려놓을 필요가 있지만 교보생명은 상장사가 아니다. 과거 저축성보험이 건전성에 악영향이라며 외면해온 보험사”라며 “최근 여러 보험사의 합병으로 빅3 구도에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자산규모에 대한 압박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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