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주막 ‘하우스막걸리’, 전통 잇는 노둣돌
송인식 대표, 가양주 알리려 가격도 낮춰 공급

인공감미료 없이 곡물의 단맛이 나는 막걸리를 빚고 있는 파주 운정장군집.  이 곳의 송인식 대표는 가양주연구소 등을 다니며 전통주를 배워, 자신만의 술을 내고 있다. 사진은 송 대표가 양조장 공간에서 자신의 술을 설명하는 모습
인공감미료 없이 곡물의 단맛이 나는 막걸리를 빚고 있는 파주 운정장군집. 이 곳의 송인식 대표는 가양주연구소 등을 다니며 전통주를 배워, 자신만의 술을 내고 있다. 사진은 송 대표가 양조장 공간에서 자신의 술을 설명하는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주막은 길손에게 끊어진 길을 이어주고, 노독에 지친 나그네에게 편안한 휴식과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었다. 때론 길을 이어주기도 하고, 사람까지 연결시키며 무수히 많은 사연을 소통시켰던 곳.

이런 곳이 일제의 주세령 반포 후 전국에 12만 개(1916년) 정도 있었다고 한다. 주막만 연결해도 전국의 도로와 유통망을 한눈에 꾈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네트워크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20세기 전반 한반도 물류의 핵심 네트워크였던 주막은 산업화 시대를 맞아 드라마와 영화 속에나 존재하는, 박물관에 갇힌 문화적 개념으로 쇠락하게 된다. 대기업과 공장 중심의 술의 생산과 유통구조가 확립되면서 더는 술을 빚는 주막의 존재 이유가 자리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랬던 주막이 21세기의 세 번째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주세법이 완화되면서 막걸리의 소규모 주류제조 면허가 가능해지자, 직접 막걸리를 빚어 식사와 안주를 내는 하우스막걸리집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가양주처럼 직접 빚은 전통 속의 수제 막걸리와 오늘의 먹거리를 이어주는 노둣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등의 대도시는 물론 수도권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자신만의 술맛으로 이름을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하우스막걸리집 취재를 위해 그 첫 발걸음을 경기도 파주로 정했다.

파주 운정지구,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선 신도시에 특수부위와 수제막걸리를 결합한 21세기 주막 한 곳이 있다. 파주운정장군집. 2년간 가양주연구소에서 술을 배워 지난 2018년 소규모주류제조면허를 낸 송인식 대표가 이곳에서 술을 빚고 있다.

그런데 막걸리와 돼지고기 안주의 조합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흔히 고기는 소주 안주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더욱 그러하다. 

주막의 전통이 현대에서는 하우스 막걸리로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지구에 가면 직접 빚은 막걸리와 자신의 안주를 곁들여 파는 주막 한 곳이 있다. ‘운정장군집’이 그곳이다. 술을 거르고 남은 지게미에서 고기를 숙성시켜 더 맛있게 안주를 제공하는 곳이다.
주막의 전통이 현대에서는 하우스 막걸리로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도 파주 운정지구에 가면 직접 빚은 막걸리와 자신의 안주를 곁들여 파는 주막 한 곳이 있다. ‘운정장군집’이 그곳이다. 술을 거르고 남은 지게미에서 고기를 숙성시켜 더 맛있게 안주를 제공하는 곳이다.

물론 파주 운정장군집도 소주와 막걸리의 판매비율을 보면 8:2로 소주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여타의 고기집에선 막걸리를 거의 취급하지 않을 만큼 외면받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집의 하우스막걸리 판매는 놀라울 정도로 많다.

하우스막걸리를 하지 않았을 때 막걸리 판매는 손을 꼽을 만큼 저조했으나 술을 빚고 난 뒤에 수백만 원의 매출이 막걸리에서 발생한다고 송 대표는 말한다. 즉 수제막걸리가 이 집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막걸리를 빚고 남은 지게미 부분은 고기의 잡내 제거 및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연육작용에 탁월하다. 일부 유명 세프들은 지게미의 이러한 장점을 자신만의 고기관리법으로 활용할 정도다.

따라서 이 집에선 가장 효율적이며 건강한 방식으로 안주로 내는 고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송 대표는 대략 한나절 정도 지게미에 재워두면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송 대표가 막걸리에 꽂힌 이유도 바로 이점이었다. 송 대표가 처음 외식산업을 생각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 원재료 수급이었다고 한다. 술교육을 처음 받은 것도 막걸리가 아니라 수제맥주였다.

그런데 원재료인 몰트와 홉 등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께름칙했다고 한다. 그래서 송 대표는 지난 2016년 서울에 있는 가양주연구소의 문을 두드린다.
  
송 대표가 빚는 막걸리는 한번 덧술을 하는 이양주 방식이다. 드라이한 맛을 좋아해 멥쌀로만 이양을 한다. 알코올 도수는 9도.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처럼 6도로 낮추면 곡물의 단맛을 전혀 느낄 수 없어 고객들의 의견을 피드백해 멥쌀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현재의 도수를 결정하게 됐다.

 또한 송 대표의 술맛은 걸쭉하지 않고 라이트하다. 고기와의 마리아주에서 걸쭉한 질감은 오히려 술과 안주의 맛을 반감시킨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발효와 숙성 온도를 잘 관리해 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알코올 도수 16도의 원주에서 감칠맛과 어우러지는 산미가 느껴질 정도였다.

놀라운 점은 막걸리의 가격이다. 우리 쌀로 빚은 장군집의 막걸리는 500㎖에 5000원을 받고 있다. 이 술을 테이크아웃하면 여기서 또 2000원을 할인해준다. 장수 등의 대도시막걸리와 비교해도 한참 저렴한 가격이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가양주 전통을 잇는 수제막걸리의 대중화를 위해선 술의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제공하는 안주와 술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때 우리 술의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것. 21세기 주막 주인장 마음이 술맛만큼 달큰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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