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이성렬 수석연구원

올해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전세계적인 유행병(팬데믹)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기억될 한해가 될 것 같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등 언택트 생활 확대, 국민들의 야외활동 축소와 온라인 쇼핑의 성장 등 다양한 부문에서 변화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그 양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물동량 증가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사업용 자동차의 최근 3년 용도 및 차종별 일평균 주행거리 통계를 보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사업용 자동차의 일평균 주행거리는 우리나라 자동차 1대의 일평균 주행거리(39.5km/대)보다 약 2.6배 많은 103.5km/대로 조사됐다.

차종별 주행거리는 대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사업용 승합차(+1.5%), 화물차(+2.7%)의 일평균 주행거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사업용 자동차의 일평균 주행거리의 증가는 도로상에서 사업용 자동차에 의한 차대차, 차대인 관련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사업용 자동차의 주행거리 10억km당 사고건 수는 전체 교통사고 대비 19.4%(128.8건), 사망자 수는 8.6%(1명) 높았다.

사업용 차종별로는 승용차(1118건), 승합차(1032건) 순으로 교통사고 발생건 수가 많았으나, 사망자수는 승합차(18.0명), 특수차(14.2명)순으로 대형차량의 사고피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부터 사업용 차량은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고, 운행효율을 높이기 위해 3과(過·과속, 과적, 과로) 운행빈도가 높은 특성 때문에 대형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해 왔다.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차량속도잠금 장치 도입, 과적차량 단속 및 운전자 연속운전시간 제한 등 다양한 안전대책을 수립해 사고예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운송시장구조,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부족으로 여전히 사업용 자동차는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교통안전대책과 함께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안전운행 습관 개선을 위해 운행기록장치를 활용한 노력이 활발하게 검토, 연구되고 있다. 실제 승합, 화물, 승용(택시) 자동차에는 지난 2013년부터 디지털운행기록계(DTG) 장착이 의무화 돼 상시 운행기록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

DTG에서 수집되는 운행기록은 기본적인 일시, 거리, 시간, 속도와 함께 11대 위험운전유형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포함돼 이를 통해 운전자의 사고위험도를 판단하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실제 운수업체 교통안전진단을 통한 컨설팅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자동차 운행기록 분석 결과는 안전관리자의 지속적인 안전관리 활동과 연계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안전운전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개인용 자동차의 안전운전특약과 유사하게 사업용자동차 운행기록 결과와 자동차보험을 연계해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전을 하게 하고, 운행 결과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납입하는 운전습관연계(UBI)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교통사고의 90% 이상은 자동차 운전자의 부주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자동차 운행기록에 따라 위험운전을 하는 차량과 안전운전을 하는 차량에 대해 차등화된 자동차보험료를 내게하는 것은 사고예방측면에서 일견 합리적이며 긍적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보완도 반드시 필요한데, 평소 운행기록 특성이 반영되기 어려운 교통상황 하에서 발생되는 대형 교통사고에 대한 고려, 안전 운전하는 운전자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병행해 사업용 차량 맞춤형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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