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만 2.5조원 증가…성장 여지 높아
당국 사모 규제에 공모펀드 비중 늘어나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올해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펀드인 주가연계펀드(ELF)의 설정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금융당국 규제로 주로 신탁을 통해 ELS를 판매했던 은행이 공모 ELF를 대안으로 삼은 결과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ELF수는 1155개, 설정규모는 6조5245억원으로 연초 대비 펀드 수 253개, 설정규모 2조4968억원 늘어났다.

ELF는 지난 2016년 최고점인 10조원을 찍은 후 규모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올해 다시 규모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공모 ELF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사모 ELF 비중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공모펀드의 비중이 사모펀드를 앞서는 모습이다.

실제 연초(1월 2일)만 해도 공모 ELF 개수는 439개, 설정규모 1조7753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17일 902개, 5조1487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사모 ELF 개수는 463개에서 253개, 2조2524억원에서 1조3758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금융당국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규제로 은행권에서 사모펀드, 신탁 판매에 제약이 생기자, 대안으로 은행이 공모 ELF 판매에 집중하며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상품 개념을 도입해 투자자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고난도 금융상품이란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이 복잡하며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를 넘는 상품이다.

당국은 은행에서 고난도 금융상품인 사모펀드와 주가연계신탁(ELT)의 판매 규모를 지난해 11월 잔액 기준(약 40조원)으로 제한하고 해당 규모 이상의 상품 발행을 막았다.

ELT 판매가 어려워지자 은행은 공모 ELF 상품에 집중했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규제가 낮은 공모형으로 발행되는 ELF를 대안으로 삼은 것이다.

이처럼 주요 판매사인 은행에서 ELF 판매에 집중하자 자산운용사에서도 은행 판매를 위한 공모 ELF 설정을 늘렸다. 현재 운용중인 ELF 중 대표판매사가 은행이 아닌 펀드는 전체 펀드의 1% 비중도 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설정되는 ELF는 조기상환 가능성을 높인 리자드 옵션이 포함돼 있다. 수익률은 소폭 하락하지만 원금손실의 가능성을 줄여 안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리자드 옵션이란 도마뱀(Lizard)이 위기 시 꼬리를 자르는 것처럼, 하락장에서 ELS가 조기 상환되지 못하더라도 중도에 상품을 상환할 수 있는 옵션이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말 은행 ELT 규모는 39조원으로 해당 규모를 더 증액할 수 없기에 ELT 투자자금 일부가 ELF로 이동할 수 있어 ELF 판매량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사상 최고치인 10조원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ELT와 ELF의 규모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ELF의 빠른 증가세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