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미비점 이용한 인테리어비 과다 청구에 손해율↑
분조위, 시설 보수비용은 손해방지비 해당 안돼 결론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앞으로 제3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서 '손해방지의무'를 빌미로 누수 보수공사 비용까지 타가는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가 줄어들 전망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현대해상과 한화손해보험에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서 누수 관련 보험금 지급 문제와 관련한 분쟁조정결정서를 통보했다.

해당 조정서는 지난 8일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으로, 쟁점은 손해방지비용의 인정 범위다.

손해방지비용은 상법 제680조 및 배상책임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타인에게 부담하는 법률상 배상책임액 외에 손해를 방지하고 경감하기 위해 필요 또는 유익했던 비용을 말한다.

분조위는 누수탐지비용과 배관교체 비용은 손해방지비로 인정하고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두 비용은 향후 발생할 사고방지 차원이 아닌 발생한 누수 사고의 확대를 막을 수 있었던 손해방지비로 인정한 거다.

다만 벽이나 바닥 등 누수피해로 인한 보수공사와 누수공사 전 시설물을 보호하는 보양공사는 손해방지비로 인정하지 않고,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초 손보사들이 누수와 관련한 보험금을 폭넓게 지급해온 건 지난 2013년 분조위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분조위는 계약자가 추후 누수 방지를 위해 진행한 방수공사 비용도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하고 해당 손보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분조위는 방수공사 등은 손해를 경감 또는 방지하기 위한 지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험사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손보사는 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사유로 지방법원 판례를 준용했다. 판례를 살펴보면 피보험자의 주거지를 보수하려는 목적의 공사비용은 손해방지비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조정에서 분조위가 손해방지비로 인정해 두 손보사가 지급해야 하는 누수 관련 보험금은 두 손보사 모두 50만원 내외다.

분조위 결과를 계기로 일생생활배상책임보험에서의 도덕적 해이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일부 계약자들은 제3자의 피해가 아닌 자신의 재물에 대한 손해도 약관상 ‘손해방지의무’를 근거로 들어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해왔다. 누수 피해 방지를 위한 바닥, 벽면의 방수공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테리어, 배관 업체와 계약자의 도덕적 해이로 천만원 이상의 청구 건이 급증하면서 해당 담보의 손해율이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누수 관련 청구가 급증해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라며 “약관 및 상법상 손해방지의무를 악용해 보수비용까지 모두 배상책임보험으로 보상받으려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한 분쟁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의 보상 범위는 핸드폰이나 TV 등 가전제품 수리비부터 누수로 인한 건물손해와 제3자의 신체 피해까지 거의 모든 것을 보상할 정도로 범위가 넓고 보험금 지급 사례가 매우 다양하다.

금감원은 배상책임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약관에 일일이 명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상책임은 케이스가 워낙 많아 보험금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하기 힘들다. 손보사들이 개별약관에 누수와 관련한 부지급 사유를 일일이 명시할 순 없다는 얘기”라며 “손해방지비는 향후에도 사례별로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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