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이탈·대출 급증 기조에 예대율 상한 ‘아슬아슬’
내년 6월까지 제재 유예…銀 “코로나 장기화, 부담 여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이 예대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적금해지가 늘어난 반면, 대출은 급증해 규제비율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시적으로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은행의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KB·신한·우리·하나)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지난해 말부터 지속 상승세다.

예대율은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로, 은행의 자산 구성 또는 오버 론(over loan)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가 넘어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신한은행의 예대율은 지난해 말 95.4%에서 지난 6월 말 99.4%로 6개월 새 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예대율은 94.1%에서 97.9%(▲3.8%)로 올랐으며 하나은행은 94.4%에서 97.5%(▲3.1%)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아직 상반기 예대율 공시 전이나, 지난해 말 94.14%에서 지난 3월 말 98.26%로 3개월 만에 4.12% 상승했고 이후로도 코로나19 관련 대규모 대출이 지속 집행됐다는 점에서 현재는 예대율 규제 기준인 100%를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의 예대율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다소 빠르게 증가했다. 경기불황에 생활비, 사업 유지자금을 충당하거나 주식 투자기회를 엿보며 대기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에 예·적금 해지율이 늘고 대출받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05조5521억원으로 지난 1월 말(517조4986억원)보다 약 12조원(2%) 줄었다. 또 올해 상반기 중 은행 원화대출은 118조3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이 77조7000억원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를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법령해석과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내년 6월말까지 5%포인트 이내의 예대율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이달부터 예대율 산정 시 개인사업자 대출 가중치를 현행 100%에서 85%로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개인사업자에게 100만원을 대출해주려면 예수금을 100만원 쌓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85만원만 쌓으면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은행들은 아슬아슬한 예대율 수치에 걱정이 가득한 눈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예금 이탈과 대출 급증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예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 상한선(100%)을 조만간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일시적으로 규제 완화조치를 취하긴 했으나, 그동안 여건이 정상화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로 급증한 대출의 만기 도래가 유예기간 너머로 있고, 오는 9월까지로 예정됐던 대출 만기연장에 대한 재연장을 요구하는 당국의 주문에 부담이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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