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채권 선도거래’ 자산듀레이션 확보로 인정
IFRS17 대비 차원…채권 수요 분산하고 운용이익↑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이 자산 듀레이션 확보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보험사가 당장 자산을 매입하지 않아도 소액의 매입계약을 통해 자산을 확보한 것처럼 인식되도록 지급여력제도(RBC)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론 운용자산이익률 제고도 점쳐진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 30일부터 금리파생상품 거래도 지급여력제도(RBC)에서 자산듀레이션 확대로 인정한다.

RBC 상에서 보험사의 만기불일치위험액을 산출할 때 ‘금리부자산’에 금리부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헤지 목적의 금리파생상품도 포함한다는 얘기다.

초장기채 과수요로 채권가격이 상승해 발생하는 보험사의 자산관리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다.

자산만기 확대 사활에 장기채 과수요 문제 부각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향후 보험금(부채)을 지급하기 위해 주로 채권 등(자산)을 구매해 두 만기(듀레이션)를 맞춰놓는다. 자산이나 부채 중 어느 하나의 만기가 더 길 경우 금리위험에 노출된다.

예를 들어 같은 이율의 20년 만기 부채와 30년 만기 자산이 있을 때, 향후 30년 만기 자산은 10년간 금리 변동성 위험에 노출된다. 자산운용에서 리스크 관리란 손실 자체를 줄이는 게 아니라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자산과 부채 만기의 정확한 매칭이 핵심이다.

현재 대부분 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 금리위험을 없애야 하는 상황이다. 주요 상장 생보사의 1분기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을 살펴보면 한화생명의 경우 1.67년, 동양생명은 0.74년, 미래에셋생명은 0.6년, 삼성생명은 -0.06년이다.

대부분 생보사의 듀레이션 갭이 전분기 대비 좁혀지긴 했지만,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는 전 보험사의 지속적인 과제다.

오는 2023년 도입 예정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하에선 보험사가 부채에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금리변동성이 있는 부채를 커버하려면 자산 듀레이션을 확보해 자본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보사의 경우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만기가 50년 이상인 장기계약이 많기 때문에 주로 만기가 긴 자산을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보험금을 안정적으로 돌려주기 위해 장기 국공채 등 채권 투자에 집중한다.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만기가 짧은 자산을 매도한 후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채권시장에 30년 이상 장기채에 수요가 몰렸고, 이는 결국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계속해서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선 채권가격이 올라도 이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보험사의 투자재원이 장기채에 몰려 자산운용에서의 비효율성도 문제도 발생한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금리파생상품 거래 등 다른 자산부채관리 방안을 두고 장기채 매입에만 몰두해온 이유는 현행 RBC 제도의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RBC 제도에서 보험사의 금리파생상품 거래 등은 자산 듀레이션 확대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선도거래시 자본변동성 축소…운용수익률 제고도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초장기채에 보험사들의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자산부채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RBC 제도를 개선했다. 금리파생상품 거래를 자산 듀레이션 확보로 인정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기초자산 실물을 인수하는 금리파생상품만 허용한다. 대표적으로 ‘채권 선도거래’가 있다.

채권 선도거래는 장래의 일정한 시점에 일정량의 채권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맺은 계약을 말한다. 채권의 경우 실제 장기채를 순매입해야만 자산이 확보된 것으로 간주하는 반면 선도거래는 매입계약만 체결하면 실제 장기채를 매입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예로 은행을 통해 미래 일정 시점에 10억원의 아파트를 매입하겠단 계약을 체결한 행위만으로도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거다.

앞으로 채권 선도거래를 자산 듀레이션 확보에 적극 활용할 경우 장기채에 몰린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 운용자산이익률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보험사들의 의견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 듀레이션 확대와 자본확충은 보험사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았다”라며 “채권 선도거래를 활용할 경우 현금 없이도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 자본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운용자산이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그간 보험사들은 자산 듀레이션 확보 목적으로 투자재원을 초장기채에 집중해왔다. 듀레이션 확보 문제를 선도거래가 일정 부분 해결해준다면 일부를 고수익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운용자산이익률 제고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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