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2 10:05 (화)
[응답하라, 우리술 165] 사케가 달고 짠 우리 음식과 어울린다고?
[응답하라, 우리술 165] 사케가 달고 짠 우리 음식과 어울린다고?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8.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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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초가양조장 막걸리 수출하다, 청주 ‘한청’ 개발
토착효모로 빚어 단맛 도는 술, 우리 음식과 잘 맞아
1999년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하면서 양조업에 뛰어든 철원 초가양조장의 이창호 대표가 자신이 만든 술(한청, 초가막걸리, 초가순미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은 철원 오대미로 빚어진다고 한다.
1999년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하면서 양조업에 뛰어든 철원 초가양조장의 이창호 대표가 자신이 만든 술(한청, 초가막걸리, 초가순미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초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은 철원 오대미로 빚어진다고 한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김치와 고추장처럼 양념이 강한 음식과 곁들일 수 있는 일본식 청주 ‘사케’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애주가라면 굳이 개성이 강한 음식과 사케를 페어링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도 도정을 많이 한 쌀로 빚은 술, 즉 준마이(순미)급인 경우는 더 그렇다. 이유는 사케가 지닌 술의 특성이 향과 맛이 강한 안주에 밀려 술맛을 살릴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조합을 완성하기 위해 일본식 청주인 ‘사케’ 제조에 나선 술도가가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해 온 철원 ‘초가’의 이창호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 일본에 유리병에 넣은 막걸리가 수출되기 전인 1999년경 이 대표는 일본 도쿄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 막걸리 유통에 나선다.

여타 회사들은 가격경쟁력을 위해 종이팩이나 페트병에 넣은 막걸리를 수출할 때 그는 막걸리의 품격을 위해 유리병을 고집하고, 장기간 유통이 가능한 살균막걸리를 선택한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국내에서 프리미엄 대접을 못 받으면 일본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초심을 유지하며 일본 수출용 ‘초가순미막걸리’를 철원 초가 양조장에서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막걸리 수출에 집중할 때 국내에서는 미식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그 음식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술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그래서 일본 청주인 사케를 만들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 수출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린 이 대표는 지난 2015년경 청주 개발에 나선다.

우리 땅에서 찾은 토종 효모를 이용해 빚은 ‘한청’은 한국청주의 줄임말이다. 초가양조장의 이창호 대표는 미식이 늘어나는 시대에 맞춰 우리 음식에 더 잘 어울리는 술을 만들기 위해 이 술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우리 땅에서 찾은 토종 효모를 이용해 빚은 ‘한청’은 한국청주의 줄임말이다. 초가양조장의 이창호 대표는 미식이 늘어나는 시대에 맞춰 우리 음식에 더 잘 어울리는 술을 만들기 위해 이 술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시 개발한 살균하지 않은 생청주는 유통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시 5년의 연구 과정에 돌입한다. 효모도 농업진흥청에서 개발한 국산 효모를 사용했다. 그리고 지난해 개발한 술은 한국청주를 줄여서 ‘한청’이라고 이름붙였다.

이 대표는 자신의 술에 대해 “글로벌 시대인 만큼 굳이 일본 술과 견주는 애국심 마케팅에 기대고 싶지는 않다”며 “‘한청’이 시장에서 달고 짠 맛의 우리 음식에 더 잘 어울리는 청주”라고 평가받고 싶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국내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효모들을 찾아내 업계에 배포하고 있지만, 효모에 대한 관리 매뉴얼이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효모가 가진 특성 및 관리법을 찾아내 일반에 알려줘야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맥주효모를 관리하는 영국은 물론 사케 효모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일본처럼 자신들의 문화상품에 대한 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선 토착 효모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모의 관리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누구나 그 효모를 쉽게 다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야 작은 규모의 양조장에서도 효모를 제대로 관리하면서 새로운 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창호 대표가 철원에 양조장을 세운 것은 지난 2005년인데, 굳이 고향도 아닌 곳에 술도가를 만든 것은 철원의 오대쌀과 물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도시 등의 접근성 등에서 불리하지만 술맛은 쌀과 물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철원까지 찾아왔다는 것이다.

현재 철원 초가양조장에서는 빚고 있는 술은 일본 수출용으로 ‘초가순미막걸리’와 ‘백화미인막걸리(알코올 도수 18도)’를 생산하고 있고, 내수용으로 ‘초가철원생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생산하고 있는 한청까지 총 4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당분간 한청 마케팅에 집중할 예정이란다. 이유는 쌀의 부가가치 창출에 있어 청주가 막걸리보다 6배 정도는 더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한청을 ‘코리안사케’라는 장르로 독일 및 유럽 시장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달고 짠 음식에 어울리는 음식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더 많은 수요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효모로 빚은 청주가 더 많은 나라에서 소비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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