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하지만 가치 있는 아이디어 가릴 혜안 필요
룬샷을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조화로운 조직문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우리는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정치적 아젠다는 물론 비즈니스의 영역까지 우리는 최대한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려 한다.
 
빅데이터를 모아 그곳에서 알고리즘을 찾아내는 한편, 인공지능까지 개발해 고객들의 취향과 라이프사이클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렇게 분석해서 얻고자 하는 값은 고객들의 미래 행위다. 이 행위가 분석돼야 오늘의 투자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예산을 들여 분석해 낸 값들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는 알고리즘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유의미한 확률적 통계를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예 하나를 들어보자. 누구나 결혼을 하지만, 모두가 결혼하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출산을 계획하지만, 모두가 아이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누구나 다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결혼과 출산 관련 통계도 10년 전과 다르며 30년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미시적인 기업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의 점포를 찾은 고객의 돌발적 상황은 매번 한반도에 불어오는 태풍처럼 예상할 수는 있지만, 태풍이 지나가기 전까지 그 정확한 크기와 피해 규모를 알 수 없듯이 돌발적 상황을 경험하기 전까지 그 일을 예상해낼 수는 없다.

더욱이 100년에 찾아온 감염병에 의한 펜데믹은 기계의 영역에선 전혀 찾을 수 없는 데이터 값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매일같이 내일을 염려하며 내일 발생할 일들을 예측해내고자 한다. 미리 시스템을 갖춰 대비하고 대응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혁신과 변혁 그리고 새로운 잣대(뉴노멀) 등의 단어는 예측이라는 일상과 같이하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특히 각종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들의 일상은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일까. 금융지주 회장 몇 명이 여름휴가를 맞아 책 한 권을 추천했는데, 이 책이 금융권의 화제가 될 듯하다.

그 주인공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지주 회장 등이 올 여름 휴가 동안 임직원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추천한 책 《룬샷》이다.

물리학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사피 바칼의 신간인 《룬샷》의 뜻은 허무맹랑하고 미친 것처럼 보이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의미한다. 단어의 뜻을 정리된 개념으로 보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단어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가 제안됐다고 가정해보면 이 아이디어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쉽게 상상해낼 수 있다.

만약 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에게 허무맹랑하고 미친 것처럼 받아들여지면 아이디어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즉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제안이 실행되면서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면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주변에선 칭찬과 찬양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사피 바칼은 이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버려지는 아이디어에서 옥석을 구별할 수 있는 리더의 직관을 요구한다.

책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놀랄 만큼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 회의주의와 불확실성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부서지고 방치되기 십상이다. 그 주창자들은 종종 ‘미친 자’ 취급을 받기도 하고, 벌레처럼 마냥 무시되기도 한다.”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버림받기 일쑤이지만 리더의 혜안으로 잘 살려내면 엄청난 가치를 발현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조건은 예술가와 군인을 나누는 시스템과 이들을 같이 대우하는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어야 가능하다는 거다. 흔히 놓칠 수 있는 대목까지 지적하는 사피 바칼의 새 책을 이번 휴가 동안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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