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차남 신중현씨 라이프플래닛에 입사
FI와 분쟁에 경영권 불확실해진 영향 관측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의 차남 신중현 씨가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으로 입사하면서 교보생명의 ‘3세 경영’이 가속화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분쟁 상황에서 신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리 승계 작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중현 씨는 지난 10일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일반사원으로 입사했다.

신중현 씨는 미국 콜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마쳤다. 이후 일본 SBI(Strategic Business Innovator) 그룹 산하의 인터넷 전문 금융 자회사(SBI 손해보험, SBI 스미신넷은행 등)에서 전략 및 경영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그는 해외 디지털 금융사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신사업 전략 수립과 글로벌 ICT 및 핀테크 기업과의 네트워킹 업무 등을 지원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라이프플래닛생명은 교보생명의 100% 자회사이자, 국내 최초 온라인보험 전업 생명보험사다. 출범 이후 수년간 적자를 이어왔지만 최근 교보생명이 1000억원의 자본을 수혈했다. 

지난해부터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한 사세 확정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보험 시장이 토스,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비즈니스 회사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자체적인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제휴뿐만 아니라 인수합병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증자도 아들에게 라이프플래닛생명을 승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신 회장은 경영승계에 있어 다른 기업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신중현 씨의 라이프플래닛생명 입사도 장남인 신중하 씨와 비슷한 경우다.

신중하 씨는 교보생명의 또 다른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대리로 입사해 현재 과장으로 승진했다. 평사원부터 경영능력을 검증해 경영권을 넘겨준다는 신 회장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그간 풀이돼왔다.

업계는 이번 라이프플래닛생명 사례를 두고, 신중하 씨도 자회사인 교보증권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교보생명은 교보증권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의 지분율은 종전 51.63%에서 73.06%로 올랐고,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3월 말 9437억원에서 1조1437억원으로 늘어났다.

잠잠하던 교보생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야기가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신 회장과 FI간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 가격을 두고 벌어진 갈등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교보생명에 기업공개(IPO)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신 회장은 약속한 기한인 3년을 넘겼고, 보험업계를 둘러싼 내외적 배경을 이유로 추가 3년을 더 보냈다.

결국 FI는 지난 2018년 11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FI가 요구한 1주당 가격은 40만9000원이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의 시장가치라 하락해 주당 가격이 20만원대에 불과하다며 반발했고, 결국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FI에 패할 경우 신 회장은 상당량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에 정통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자회사 두 곳에 증자결정을 내린 배경에 보험업계서 의문이 많았다. 내부서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왔던 자회사였기 때문”이라며 “신 회장의 경영권이 불확실해지자 경영 승계에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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