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2차 대출 실행액 3달간 5천억 그쳐
신용대출보다 불리한 금리·한도 조건에 수요↓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해 도입된 은행권 2차 코로나 대출(이하 2차 대출)이 아쉬운 금리와 한도 조건에 더딘 소진율을 보이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은 지난 5월 1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5210억원 규모의 2차 대출을 실행했다.

한 달 가량 앞서 도입된 1차 대출이 1조7000억원 가까이 실행된 것과 비교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진 속도다.

10조원 규모로 마련된 2차 대출은 신용등급 1~3등급만 가능했던 1차 대출과 달리 이차보전형태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기 때문에 신용 8등급 전후의 저신용자들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2차 대출이 앞선 1차 대출에서 제기됐던 저신용자들의 코로나 대출 소외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점에서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별 소진율은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대출 판매 마감 예정일을 공시하는 별도 페이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마감 예정일을 공시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 대출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에도 불구, 2차 대출에 미온적 반응이 이어지는 데는 금리와 한도 등 조건 면에서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2차 대출은 중신용자 기준 평균 연 3%대의 금리에 한도는 1000만원이다. 연 1.5% 고정금리, 한도 3000만원의 1차 대출보다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와 은행간 대출금리 경쟁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영향도 크다.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1.7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 신용등급이 나쁘지 않은 소상공인이라면 2차 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한도도 넉넉한 신용대출 상품을 활용하는 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간 2조8374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7월에도 2조6760억원이 늘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선 증시 호황을 탄 ‘빚투’와 함께 생계비 부담이 늘어난 소상공인들의 발걸음이 결국 신용대출로 몰린 게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근래 소상공인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대출수요는 코로나 대출이 도입됐던 지난 4월만큼 긴박하지도, 많지도 않다”며 “아직 1차 대출 한도가 남은 고려하면 2차 대출 소진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개월 새 기준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2차 대출보다 금리, 한도 등 조건에서 유리해진 신용대출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많아졌다”며 “2차 대출 소진율을 높이기 위해 최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연 2%대로 금리를 조정했고, 다른 은행들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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