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대책까지 진영논리 적용한 유언비어 유통
최소 2년 팬데믹 상존, 가짜뉴스가 해악 될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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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리한 장마가 끝나면 펄펄 끓는 폭염 기사가 지면을 채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하루 이틀 날씨 뉴스가 메인을 차지하는가 싶더니 이내 코로나19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8.15 광복절 광화문에서 가진 보수파의 정권 퇴진 집회가 코로나 재확산의 도화선이 되면서 하루 수백 명씩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강화하고 재확산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듯싶다.

상황이 심각해진 만큼 방역 당국은 대국민 계도 등을 통해 확진자 접촉 가능성을 낮추는 데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는 형국이다.

가짜뉴스에 현혹된 집회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꺼리고 있고, 확진자들마저 치료를 받지 않고 병원에서 도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짜뉴스의 핵심은 정부가 종교 탄압이라는 의도를 갖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집회 참석자를 코로나19 감염자로 분류하고 있고, 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교인이 일반병원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으니 보건소 검진을 피하라는 내용 등이다.

심지어 확진 판정을 받은 해당 교회의 목회자는 자신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모두 가짜이니 믿지 말라고 말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종교의 이름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할 세상을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발전해왔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인류는 사회를 구성하지도, 문명을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인류는 공동체 의식을 만들 수 있었고, 이 의식은 사냥과 전쟁터에서 집단 모두를 하나의 생각으로 연결해 주었다.

그것이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유력한 종이 될 수 있었던, 그리고 결국은 지구를 장악할 수 있게 해 준 힘이 됐다.

이처럼 이야기를 즐길 줄 알게 된 인류에게 가짜뉴스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최근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인류가 공동체를 구성한 이래 가짜뉴스는 우리와 함께했었다.

다만 그 유통속도가 요즘처럼 빠르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 소식들은 국가의 안위부터 소소하게는 개인의 위상 문제까지 다양한 형태로 유통됐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우리에게 친숙했던 단어 중에 ‘유언비어’라는 단어가 있지 않은가. 《시경》 ‘대아편’에 나오는 ‘유언(流言)’과 《한서》 ‘관부전’에 등장하는 ‘비어(蜚語)’가 합쳐진 말이다.

권위주의 정권 때는 언론의 입에 재갈이 물려 오히려 올바른 뉴스가 ‘유언비어’로 포장된 적이 많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상대 정파를 왜곡하거나 자기 진영을 단합시킬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짜뉴스를 생산 유통해왔다.

지금도 유튜브 등의 인터넷 공간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다양한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고, 정부는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한 엄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좀처럼 가짜뉴스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감염병에 대한 대책들이 진영논리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과 치료가 나오고 적정한 규모의 인구가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갖는 시점이 그즈음일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즉 팬데믹 리스크가 최소 2년은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우리는 이 기간 내내 또 다른 가짜뉴스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가짜뉴스를 관용하면 말이다. 코로나19와 함께 가짜뉴스가 사라지는 세상을 간절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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