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1758억 중 4775억 금융자산 처분손익
“채권 교체매매 확대 시 역마진 악화 우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올 상반기 한화생명이 금융자산 매각을 통해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금리 채권 등을 매각한 결과다. 장기적으로 이차역마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4775억의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손익을 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36%(3358억원) 급증한 수치다.

한화생명의 최근 금융자산 처분손익 규모를 살펴봐도 지난 2018년 상반기 1302억원, 2019년 상반기 1417억원으로 올해만큼 많지 않았다.

금융자산 처분손익은 자산운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자산 듀레이션(잔존 만기) 확대를 위해 만기가 짧은 채권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긴 채권을 매수하거나, 리스크가 급격히 늘어난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다.

다만 한화생명의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이익 실현을 위해 인위적인 자산매각이 이뤄졌다고 업계는 해석한다.

한화생명은 올 상반기 17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대량의 금융자산 처분이 없었다면 30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매도가능금융자산 매각이 생보사의 장기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실적을 내기 위해 장기간 안정적 이익이 약속된 고금리 자산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자 가격이 올라간 달러채권을 팔아 이익을 보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보유한 채권 가격은 오른다.

금융자산 처분손익 발생이 집중된 지난 1분기를 살펴보면 한화생명이 보유한 유가증권 중 외화 유가증권만 4%가량 줄었다.

한화생명이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순이익 방어 기조를 지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이차역마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을 팔아 이익이 나는 건 저금리 영향으로 한화생명이 보유한 자산의 금리가 높아져서다”라며 “한화생명의 이차 역마진은 지난 3월 말 –116bp(1bp=0.01%포인트)에서 6월 기준 –123bp로 확대됐다. 저금리 상황에서 과도한 채권 교체매매가 이뤄질 경우 이차 역마진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상반기에 다수의 생보사가 채권매각을 통한 수익실현을 했다”라며 “다만 한화생명은 단순히 수익실현 차원만이 아닌 듀레이션 관리를 위한 장단기 교체매매 목적의 채권매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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