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치즈 잘 맞는 담백하고 드라이한 술 내는 양조장
신상품 ‘모월청’ 낸 데 이어 ‘닥나무막걸리’도 출시 계획

원주 모월양조장은 멥쌀로만 술을 빚는다. 찹쌀의 단맛보다는 멥쌀의 담백한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양조자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사진은 모월양조장 2층 카페테리아에서 찍은 모월의 약주와 그리고 최근 특허를 받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인 닥나무 막걸리 (사진 : 모월양조장)
원주 모월양조장은 멥쌀로만 술을 빚는다. 찹쌀의 단맛보다는 멥쌀의 담백한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양조자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사진은 모월양조장 2층 카페테리아에서 찍은 모월의 약주와 그리고 최근 특허를 받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인 닥나무 막걸리 (사진 : 모월양조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양조장의 미덕은 술맛이다. 좋은 술을 찾아 직접 양조장을 찾는 기분은 오래 만나 눈빛만으로도 말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

그런 친구는 굳이 말을 건네지 않아도 속뜻을 전달할 수 있듯이 입맛에 맞는 술은 몇 순배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안주가 없어도 그 술맛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다음 잔을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하는 술과 같다. 이럴 때의 좋은 술은 주종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자신의 입맛과 잘 맞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양조장이 지닌 또 다른 미덕이 하나 있다. 술맛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술의 출시가 그것이다.

마치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을 때처럼 잔뜩 기대감에 충만해 상기된 표정을 짓는 순간처럼 말이다.

원주 치악산은 모두를 끌어안아 ‘모월(母月)’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로 드라이한 맛의 술을 내는 모월양조장(대표 김원호)은 원주 인근의 옛 산 이름을 술 이름으로 취한 술도가다.

술맛에 모두를 끌어안겠다는 양조장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멥쌀로 이양주를 빚어 드라이한 맛과 신맛을 특징으로 맛을 설계한 ‘모월 연’. 그리고 이를 증류해서 25%와 41%의 알코올 도수로 내는 ‘모월 인’이 이 술도가의 대표주자들이다.

단맛을 억제하고 신맛을 살린 약주는 그래서 생선회와 치즈, 그리고 버섯류의 안주와 잘 어울린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파인다이닝을 추구하는 쉐프들이 이 술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느 증류소주처럼 모월 인도 고기류의 안주와 찰떡궁합이다. 25%의 소주는 삼겹살이나 두루치기 같은 기름진 안주와 제격이며, 41%의 소주는 소고기는 물론 중화요리와도 밀리지 않고 술맛을 맞춰내고 있다고 한다. 

서두에서 술도가의 미덕을 거론한 이유는 이 술도가도 그런 미덕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리로 양조장을 이전하면서 술맛이 흐트러지자 김원호 대표는 만들어놓았던 약주를 몇 달 동안 전혀 판매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술맛이 돌아오자 그때서야 술 창고의 빗장을 열 만큼 술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술도가다.

이런 모월에서 신제품이 나왔다는 것은 기존 제품이 안정적으로 발효되고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모월의 약주를 증류해서 내린 소주는 알코올도수 25도와 41도 두 종류이다. ‘모월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 술도가의 소주는 중화요리나 고기류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사진은 족발요리와 같이 찍은 모월인 (사진 : 모월양조장)
모월의 약주를 증류해서 내린 소주는 알코올도수 25도와 41도 두 종류이다. ‘모월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이 술도가의 소주는 중화요리나 고기류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사진은 족발요리와 같이 찍은 모월인 (사진 : 모월양조장)

그렇게 출시된 제품이 알코올 도수 16%의 모월 청. 산미와 감칠맛을 더욱 강조한 느낌이다. 좋은 회가 있다면 이 술이 떠오를 듯하다.

이처럼 약주 라인을 보완한 김원호 대표는 소주와 약주 중심의 레퍼토리에 막걸리를 포함할 계획이다.

막걸리에서 시작해서 약주와 소주로 확장하는 보통의 술도가들과 다른 경로를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김 대표는 자신의 막걸리에 원주의 스토리텔링을 도입하려 한다.

1년여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달 특허까지 출원한 닥나무막걸리가 그것이다.

원주는 닥나무가 지천인 곳이다. 닥나무생산자협회가 있을 만큼 한지 생산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한지의 주재료로 쓰이는 닥나무를 막걸리의 부재료로 활용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연잎이나 도꼬마리처럼 누룩의 초제(효모 등의 미생물 매개체)로도 활용했던 것이 닥나무 줄기였으니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김 대표가 생각하는 닥나무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9도에 물누룩을 이용한 술이다. 물누룩은 흔히 동동주를 빚을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 누룩을 물에 풀어 발효에 필요한 효모와 효소만을 추출해 술을 빚는다.

따라서 술의 탁한 맛을 줄게 돼 자연스레 술의 질감도 가벼워진다. 그만큼 음용감이 뛰어난 술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원주 모월은 술도가의 미덕을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 그 미덕을 찾는 양조장 기행을 나서보자. 벗을 찾아 나서는 즐거움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 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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