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유지보수 및 기술지원 문제 발생 가능

주택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이 EDS로 결정나면서 은행권 차세대 시스템 시장은 확실히 백화점화돼 가고 있다.
가장 먼저 차세대를 추진한 국민은행은 한국IBM의 “e-뱅킹”시스템을 선택했고 다운사이징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FNS사의 “뱅스” 유닉스버전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업계의 수주전이 치열하게 전개된 한빛은행은 앤더슨 컨설팅의 “알타미라”를 낙점했다.
하나은행은 아직 업체 선정중이어서 결과를 알수 없지만 기업은행의 경우 97년 컨설팅 결과에 의거, CSC사의 호건을 기반으로 최근 갭분석을 마친 상황이어서 대형 은행들의 차세대 행보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차세대 뱅킹 솔루션은 총 9개에 달하므로 이러한 추세대로 은행권이 차세대 계정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결국 9개사 제품이 모두 사용되는 백화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각기 다른 솔루션을 기반으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타행과의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은행간 경쟁심리는 시스템 도입시마다 작용하고 있는데 코어뱅킹의 경우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솔루션 공급자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을 살펴보면 은행들은 오히려 자신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선택함에 따라 기술지원 및 유지보수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국내기술로 개발된 IMS의 뉴튼과 여러 은행의 커스터마이즈 과정을 거쳐 거의 국산제품처럼 느껴지는 FNS의 뱅스, 온라인 시스템체계를 구축하면서 시장을 석권한 바 있는 한국IBM 등은 그동안 국내 은행에서의 경험 등을 통해 충분히 그들의 기술지원 능력을 확인시켜왔다.
백화점의 문제는 바로 이점에서 출발한다. 국내에 판매조직만을 갖춘 솔루션 공급자들은 프로젝트 수주 후 관련인력 확보에 나서기 때문에 기술지원 및 유지보수에 대한 능력을 수주 전에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타행과의 차별을 위해 다른 은행에서 선택하지 않은 결론만 도출한다면 충분한 기술지원을 약속받을 수 없게 된다.
처음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추가개발은 반드시 동반되므로 이 과정에선 레퍼런스 사이트가 적은 은행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추진예산으로 거의 400억원에서 1,00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면 투자한 만큼 은행은 손해봐야 한다.
더욱이 2차구조조정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차세대 추진은행간 합병이라는 변수가 발생한다면 그동안 투자한 금액 및 인력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미 1차구조조정에서 우리는 동화은행과 경기은행에서 이런 사례를 살필 수 있다. 두 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은 오픈을 눈앞에 두고 은행 간판과 동일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새로 도입한 하드웨어는 중고품으로 전락돼 고철 덩어리로 팔렸고 2년간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력 및 개발비용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은행은 여전히 차세대 시스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신규 공급사들이 모두 충분한 지원을 약속하고 국내에 기술개발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이러한 약속은 이행돼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은행의 몫이다. 일본의 경우 3차 및 4차 온라인 과정에서 시스템 개발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전략적으로 합병을 발표한 것처럼 국내 은행들도 현명한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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