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금리 희석했지만 고금리 부채는 여전
부채 듀레이션만 늘려…킥스 도입시 타격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한화생명이 저축보험 판매를 크게 늘리면서 우려의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수입보험료(매출) 등 눈에 보이는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인 재무건전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저축보험 연납화보험료(APE)는 2660억원으로 전년동기(1624억원) 대비 63.7% 늘어났다.

APE는 월납, 분기납, 일시납 등 모든 납입 형태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보험료를 말한다. 보험사의 대표적인 실적 지표로 사용된다.

한화생명의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에서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6%에서 올 상반기 42%까지 늘어나게 됐다.

업계는 한화생명의 공격적인 저축성보험 영업을 우려한다. 오는 2023년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 저축성보험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저축성보험은 아무리 팔아도 보험사가 갚아야 할 빚일 뿐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저축보험 비중을 크게 늘린 건 상장사인 한화생명이 장기 건전성을 포기하는 대신, 당장의 외부지표를 개선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과거 한화생명은 고금리 확정형 저축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해 보유한 부채의 평균 부담금리가 다른 보험사 대비 높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보다 낮은 금리의 저축보험을 팔면 전체 부채의 평균 부담금리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유부채의 숫자상 금리만 희석할 뿐이다. 과거 판매한 고금리 부채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부채 듀레이션(잔존 만기)만 늘어나게 된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의 자산 듀레이션은 8.99년, 부채 듀레이션은 10.17년이다. 듀레이션 불일치(갭)는 0.23년으로 지난해 말(1.43년) 대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상장 생보사 가운데 가장 심하다.

게다가 이는 현행 지급여력제도(RBC)로 산출한 값이다.

오는 2023년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SR17와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부채 듀레이션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듀레이션 갭이 벌어질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액은 늘어나고, 보험사의 건전성이 악화된다.

저축보험 판매는 수입보험료 감소를 방어하려는 측면도 있다.

분기별로 수입보험료와 APE를 모두 공개하는 상장사들에겐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보험 판매를 통한 외형 성장을 외면하기 어렵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로서 저축성보험 판매는 외부지표 개선 목적 말고는 없다”라며 “한화생명의 경우 과거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도래해 환급금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금 및 환급금 재원 마련을 위해 계속 저축보험을 판매해서는 건전성에 타격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외형 측면인 수입보험료를 유지하기 위해선 연금이나 저축보험 등 저축성보험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라며 “올해 상반기엔 은행업계의 고위험상품 규제로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저축보험이 많이 팔렸다. 방카슈랑스 채널의 매출은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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