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규제 탓에 한도 여유분만큼만 재판매 가능
코로나 여파로 조기상환 이연돼 규제수준 초과

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은행들의 주가연계신탁(ELT) 신규 판매가 반 년째 멈춰있다. 은행권 ELT는 현재 총량규제를 적용받고 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상반기 조기상환이 불발돼 판매한도가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 지난 3월 이후 ELT 신규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현재 ELT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민·하나은행은 판매 한도에 여유가 생길 때만 ELT를 판매하며, 신한은행 역시 일별 한도를 정해 ELT를 제한 판매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ELT만 취급 중이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인 ELS(주가연계증권)를 은행 신탁계정에 편입한 상품이다. 주요국 주가지수와 연동돼 계약 기간 중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는 연 3~4%가량의 이자를 얻는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ELT 판매 한도는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지난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일부 금지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은행 신탁부분에 총량규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판매 가능한 ELT 규모는 37~40조원으로 추정된다.

ELT 투자자들은 통상 만기를 기다리지 않고 첫 번째 조기상환 시점(가입 후 6개월)에 원리금을 회수한다. 은행들은 조기상환 수수료는 물론 조기상환 규모에 맞춰 신규 물량을 풀고 재투자도 진행할 수 있어 한도 준수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은행이 판매한 ELT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다우존스 등 주요국 지수가 40% 가까이 떨어져 ELT 조기상환이 미뤄진 것이다.

조기상환 이연 물량이 묶인 탓에 은행들은 ELT 판매 한도를 꽉 채웠다. 이는 ELT 신규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으며, 일부 은행들은 ELT 총량 규제 수준을 초과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규제 적용 이후 조기상환이 제 때 이뤄지면 한도 여유분만큼 신규고객을 받았다”며 “그러나 지난 3월 코로나19 영향으로 조기상환이 한 차례 이연된 이후 물량이 풀리지 않고 있어 ELT 신규 판매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당분간 ELT 판매 중단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요국 주가지수가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 조기상환 이연 물량이 다 풀리지 않아서다. 또한 총량규제가 지속되는 한 은행들의 ELT 판매여력은 크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ELT 상품마다 두 번째 조기상환 일정이 달라 당분간 ELT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며 “판매를 재개하더라도 총량규제 때문에 대대적인 상품 판매는 진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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