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중심 대출로 대손충당금 부담↑
코로나 확산 추이 보며 신사업 속도 조절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발간 '코로나19로 인한 신흥국 위기 가능성' 보고서)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발간 '코로나19로 인한 신흥국 위기 가능성' 보고서)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동남아시아 지역 내 코로나19 창궐 조짐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가 해외 부문 실적 견인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은 2890억원으로 전년동기(2406억원) 대비 20.1%(484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해외 부문 호실적 바탕에는 동남아 현지법인의 활약이 주효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인수한 캄보디아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가 35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지난해 상반기 148억원의 적자를 냈던 미얀마 KB마이크로파이낸스가 3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카자흐스탄은행과 신한캄보디아은행의 순이익이 전년동기 보다 각각 150%, 40% 상승한 15억원, 63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PT Bank KEB Hana의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186억원에서 352억원으로 89.2% 올랐고,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미얀마 우리파이낸스의 순이익이 5억원에서 19억원으로 280% 급증했다.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동남아 금융시장에 앞다퉈 진출해왔다. 여기에 코로나발(發) 경제공황이 촉발된 미국,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의 영업이 위축되자 비교적 코로나 타격이 작았던 동남아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에도 심상찮은 코로나 확산세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10배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서 발견되면서 동남아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동남아권 코로나 최다 감염국은 인도네시아로,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7일 기준 19만4000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국단위의 대규모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며 총력 대응을 펼치고 있으나 이달 들어서만 매일 3000여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점치며 현지 진출과 투자 등에 대한 재검점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현지 진출 기업들은 재정상태 악화에 따른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대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리스크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권 한 관계자는 “동남아권의 소액신용대출 수요 확대로 해외 부문 실적 기반을 쌓아왔다”며 “동남아는 신용을 중시하는 불교 문화 영향으로 연체율이 낮지만, 고객 대부분이 소상공인으로 코로나발 경기 악화를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기에도 제한된 상황으로, 하반기엔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확산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신규 지점 설립, 현지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 해외 부문 사업 계획 추진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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