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약 전년比 50% 급증…건강·운전자 중심
인건·관리비 반토막내 판매비에 올인한 결과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롯데손해보험의 ‘메리츠화재식’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아낀 비용을 독립보험대리점(GA)의 인센티브 확대 등에 사용하며 장기인(人)보험 매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의 올해 상반기 장기인보험 신규 매출액은 156억원으로 전년동기(104억원) 대비 50% 급증했다.

상품별로는 지난해 9월 출시한 통합 건강보험의 매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유병자보험과 운전자보험 매출도 전년동기와 비교해 두 배가량 늘었다.

GA 채널에 고강도 인센티브(시책)를 앞세운 결과로 풀이된다. GA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판매하는 조직이다. 전속조직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GA에 내거는 시책이 신계약 실적에 많은 영향을 준다.

롯데손보는 올 상반기 장기인보험 신규 매출액 중 85%(132억원)가 GA채널을 통해 이뤄졌을 정도로 GA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배경엔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다. 인건비와 관리비를 절감해 이를 판매비용으로 집중 투자한 것이다.

설계사 수수료와 대리점 시책 등이 포함되는 판매비는 1504억원으로 전년동기(1228억원) 대비 22.6%나 늘어났다.

반면 인건비 지출은 291억원으로 전년동기(409억원) 대비 28.6% 축소됐고, 일반관리비는 462억원으로 전년동기(609억원) 보다 24% 줄었다. 

명예퇴직 등으로 임직원 수를 1년 새 467명이나 줄인 영향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0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본사 및 영업조직과 임원 수를 줄여 사업비 절감을 추진해왔다.

이와 동시에 적자 사업인 자동차보험 축소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손해를 줄이기 위해 매출을 늘리기보다 인수심사를 강화하고 불량 운전자를 걸러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 상반기 롯데손보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1360억원으로 전년동기(2284억원)보다 40.5%나 쪼그라들었다. 전체 물건 중 우량물건 비중은 6.2%포인트 확대된 52.9%가 됐다.

롯데손보는 오는 2022년까지 약 2600억원의 세전이익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자동차보험 축소를 통한 위험률차익(3년간 약 1700억원 개선) 확대다.

이는 인보험에 ‘선택과 집중’해 단기간 내 순익을 끌어올린 메리츠화재의 전략과 유사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5년 메리츠종금증권 출신인 김용범 부회장이 대표로 온 뒤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때 아낀 비용을 신인 설계사 도입 확대와 GA 시책 등에 사용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으며, 자동차보험 비중도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장기인보험 시장을 두고 상위사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로 인한 손보업계 실적 부진에도 나홀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에 한 번 더 중소형사발(發) 판도 변화가 일어난다면 롯데손보가 가장 유력하다고 본다”라며 “중소형사인 메리츠화재가 신계약 1위까지 도약할 수 있던 건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이익체력을 비축해뒀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도 JKL파스너스 매각 후 자본확충과 비용 효율성을 개선하면서 이익 체력을 많이 개선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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