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ESG 전문가 후보 앞세워 세몰이
향후 회장·행장 인사에 '변수 요인' 될 수도

KB금융그룹 여의도 본사 사옥.(사진=KB국민은행)
KB금융그룹 여의도 본사 사옥.(사진=KB국민은행)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KB금융지주 노사가 오는 11월 새 사외이사 선임을 앞두고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힘 있는 목소리를 내며 이른바 ‘킹메이커’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에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이 추천한 후보가 선임되면 향후 지배구조 판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제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은 회장 선출을 위해 오는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선 새 사외이사도 선임할 예정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윤순진·류영재 후보가 국내 최고 수준의 환경·에너지 정책 전문가이자 사회책임투자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속가능경영 컨설팅 전문가라며 지난 3월 주총에서 신설된 ‘ESG 위원회’를 실질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지난 2015년 국내 금융회사 중 최초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단 1주라도 주주총회 의결권이 있는 주주라면 누구나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우리사주조합과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제도가 경영진의 ‘셀프 연임’과 이사회 독단적 운영을 통한 ‘참호 구축’ 등의 우려를 불식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은 노조와 함께 지난 2017년과 2018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바 있다.

앞서 두 번은 주총에서 부결돼 불발됐으며 지난해에는 후보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손해보험에 법률자문을 수행한 사실이 알려져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새 사외이사에 추천 후보자를 선임시키기 위한 이번 네 번째 시도 성공을 위해 과거보다 지분도 늘렸다. 우리사주 지분은 지난해 3월 0.6%에서 올해 6월 말 1.2%로 2배 확대됐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소수주주권 행사를 통해 사외이사 선임을 적극적으로 시도함으로써 KB금융에서 대표이사 회장의 독단을 방지하고 이사회 내 견제와 균형을 통한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오는 11월 열릴 KB금융 주주총회에 관한 관심이 벌써 뜨겁다.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 이슈는 금융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친노동 성향의 학자가 아닌 ESG 전문가를 내세웠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앞장섰던 전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여당 최고위원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성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향후 지주 회장, 은행장 등 KB금융 주요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후보 추천제도 첫 사례가 생기면 노조추천이사제,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개선되는 건 긍정적이나 사외이사 선임에 전문성, 경영능력보다 정치력이 중요시돼 추천제 도입 효과가 퇴색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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