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 거르기 위해 高한도 상품부터 손질
DSR강화, TCB 재정비 맞춰 '닥터론'부터 도마
"일선 지점 성과지표 일등공신 저해 우려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폭주 중인 신용대출 증가세를 억누르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맞춰 고소득자 대상 대출 우대혜택 축소를 고심하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은 지난 14일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화상회의로 소집하고, 최근 몇 달 새 급증한 신용대출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면서 올해 연말 은행별 점검에 나서겠다고 통보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이다. 전월 말보다 4조755억원 급증했다. 은행 5곳 모두 한 달 사이 적게는 6000억원, 많게는 1조원 이상 신용대출이 늘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은행 신용대출 잔액 사상 최대폭 증가 기록이 매달 깨지고 있다.

금감원은 부행장들에게 일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높은 한도를 지적하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점검을 요구했다. 또 무분별한 실적 경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은행별 신용대출 관리 계획안 제출을 주문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잡기 엄포에 은행의 고민도 커지는 분위기다. 생활안정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신용대출을 무턱대고 줄였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빚투, 영끌 등 신조어까지 생기며 주식, 주택 투자 우회 수단으로 전락한 신용대출 규제 마련에 당국과 뜻을 함께하나, 신용대출은 개개별 자금 용도를 파악하가 어렵다 보니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내놓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 목적의 대출 수요를 발라내기 위한 당국 차원의 ‘핀셋 규제’가 마련되기 전까진 생계형 대출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고소득고객 특화상품 판매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우량업체 재직직원(직장협약) 신용대출과 회계사,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전용 신용대출의 한도와 우대금리를 일시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상품은 한도가 높음에도 불구 연체율 부담이 적고, 고소득고객과 친밀도를 높여 향후 급여 이체나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기에 좋아 일선 지점에서 성과지표를 높일 수 있는 매개체로 여겨져 왔다.

이에 일각에선 고소득자 대상 대출상품 조건 악화가 은행 영업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생계자금 수요를 고려하며 신용대출 폭증세를 잡기 위해선 고소득·고신용자 대출상품부터 손댈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만연하다.

또 다른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조만간 DSR 비율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문직 대출, 직장협약 대출 등 소득미징구대출에는 300%의 DSR 비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DSR 비율 관리를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대금리가 지원되는 기술신용평가(TCB) 대출 제도에서 의사, 약사 등이 포함된 보건업종을 제외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닥터론 등 해당 분야 전문직 대출부터 우대금리 및 한도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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