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시 거래량 급증하는 패턴 그대로
기존투자자 규제 유예돼 정책 효과 적은 탓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의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투자 규제를 도입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규제 도입 이전보다 레버리지 ETN의 거래량이 증가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15일 7영업일간 레버리지 ETN의 평균 거래량은 5120만건으로 규제 강화 이전 7영업일인 8월27일~9월4일 2367만건 대비 2753만건 늘었다.

지난 7일과 9일 레버리지 ETN의 거래량이 급증하며 평균치를 올렸다. 7일 레버리지 ETN의 거래량은 1억153만건, 9일에는 1억176만건으로 1억건 이상으로 올랐다.

두 날 레버리지 ETN의 거래량이 늘어난 원인은 전날 서부텍사스유(WTI)가 하락하자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며 원유 레버리지 ETN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과 8일 WTI는 전일 대비 각각 2.56%, 6.22% 하락했다.

실제 지난 7일 레버리지 원유 레버리지 ETN 4종(삼성·신한·QV·미래에셋)의 거래량은 9907만건으로 전체 레버리지 ETN 거래량의 97.6%를 차지했다. 지난 9일 비중은 97.5%였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투자자들의 투기 억제를 위해 ETP(ETF·ETN)시장 건전화 방안을 도입했으나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한 모습이다.

지난 4월 금융위는 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원유 레버리지 4종의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경보, 거래정지 등 조치에도 투기 수요가 진정되지 않자 해당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방안에 따라 지난 7일부터 레버리지·인버스 ETP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기본예탁금 1000만원이 준비되지 않으면 상품에 투자할 수 없다.

그러나 규제가 시행된 후에도 투자자의 원유 레버리지 ETN 투자 패턴이 규제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규제 이전 레버리지 ETN 거래량이 1억789만건을 넘었던 전날 유가는 5.85% 급락했었다. 이중 원유 ETN 4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97.6%였다.

해당 방안이 신규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기존투자자에게는 규제를 유예해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투자자는 투자자교육과 기본예탁금 규제를 내년 1월4일부터 적용 받는다.

이밖에 인버스 ETN과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은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지난 7일~15일 7영업일간 인버스 ETN의 평균 거래량은 350만건에서 규제 강화 이전 7영업일인 8월27일~9월4일 278만건 대비 72만건 감소했다.

레버리지 ETF의 평균 거래량은 8142만건에서 6089만건으로 2053만건 줄었다. 같은 기간 인버스 ETF의 평균 거래량은 2억9647만건에서 2억162만건으로 9485만건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P상품에 대한 비정상적인 투기수요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허들로써 건전화 방안이 도입됐다. 그러나 기대효과와 전혀 다른 상황이 나타났다”며 “실증적 효과는 더 길게 놓고 봐야 하겠지만, 정책 목적성으로 보면 기존투자자들도 유예기간 없이 투자 장벽을 높였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