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감소·재정 효율화 가능…실질적 소득 보장도
생보業 “실업 리스크 통제 및 적정이익 창출 어려워”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가 17일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주최로 열린 '전 국민 고용안전망 시대의 보험산업 역할' 정책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는 모습.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가 17일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주최로 열린 '전 국민 고용안전망 시대의 보험산업 역할' 정책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고 있는 모습.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첫발을 뗀 가운데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관계처럼 고용보험을 보완할 민간 보험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간 보험사가 고용안전망 체계에 들어올 경우 자발적 이직을 통한 실업급여 편취 등 현행 고용보험의 도덕적해이를 방지하고, 실업자의 실질적인 소득을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순천향대 김헌수 교수는 17일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주최로 열린 '전 국민 고용안전망 시대의 보험산업 역할'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 교수는 사회보험 중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은 각각 실손의료보험, 퇴직연금 등으로 보완할 수 있지만 고용보험은 민간보험으로 충분히 보완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추진 중에 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국민 고용안전망 확대라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선 민간보험의 시스템과 거대한 자본이 고용보험과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고용안전망을 국가가 고용보험만으로 독점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다른 사회보험은 이미 민영보험과 연계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 교수는 "이번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가 민영보험과 연계되는 논의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라며 "현재 노동시장이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재정을 대폭 퍼붓지 않는 이상 고용보험을 독점으로 운영하는 건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용보험과 민간보험이 결합될 경우 실업률을 낮추고 고용보험 재정 안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민간 고용보험이 보험업계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실업이라는 리스크는 보험사가 통제할 수 없고 이를 통해 적정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생명보험협회 신영선 상무는 “민간 보험사가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를 담보하면 큰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실손보험”이라며 “고용보험 또한 실업이라는 리스크를 보험사가 통제할 수 없으며 질병이나 상해 등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를 끼워 넣는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4년 한화생명과 동양생명이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실업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을 선보인 바 있으나 시장에서 사라졌다.

신 상무는 저축 기능에 초점을 둔 민간 고용보험 또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소비자들은 본인이 낸 돈에 플러스알파를 받고 싶어 한다.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상품을 만들어 봤을 때 자영업자들은 실질적으로 8개월 치 월 소득을 넣어서 한 달 치를 돌려받을 수 있다”라며 “과연 다른 상품을 두고 해당 상품을 선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상무는 “민간 고용보험은 보험사의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다만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리스크가 통제되지 않으면 보험사들은 결국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이날 민간 고용보험 상품으로 △고용연금(개인연금+실업급여) △사다리 고용연금(유기연금+실업급여) △톤틴 고용연금(톤틴연금+실업급여) △선지급 보장보험(CI+실업급여)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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