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0 06:10 (화)
[수불시네마기행 22] 아일랜드의 정신 ‘기네스’로 담아낸 영화
[수불시네마기행 22] 아일랜드의 정신 ‘기네스’로 담아낸 영화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9.2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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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불법 고아 입양 문제 다룬 ‘필로미나의 기적’
아들 가슴에 달린 ‘아이리시 하프’ 보면서 정체성 확인
2013년에 개봉한 ‘필로미나의 기적’은 아일랜드의 정체성의 상징인 아이리쉬 하프와 기네스 맥주를 아일랜드 특유의 감성으로 잘 어우러지게 만든 작품이다. 사진은 영화 포스터(사진 : 네이버 영화)
2013년에 개봉한 ‘필로미나의 기적’은 아일랜드의 정체성의 상징인 아이리쉬 하프와 기네스 맥주를 아일랜드 특유의 감성으로 잘 어우러지게 만든 작품이다. 사진은 영화 포스터(사진 : 네이버 영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아일랜드는 우리와 비슷한 구석이 많은 나라다. 주변 나라로부터 오랫동안 식민지를 경험한 것이라든지 빈곤을 물리치고 경제성장을 일궈낸 것도 판박이처럼 닮았다.

불명예스러운 역사이지만 1950년대 두 나라는 빈곤 때문에 많은 고아를 외국에 입양 보냈던 경험까지도 유사하다.

이런 아일랜드의 어두운 역사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2013년에 만들어진 ‘필로미나의 기적’이다.

무대는 1950년대 미혼모 쉼터와 아동보호시설을 두고 있는 수녀원에서 시작된다.

미혼모와 혼전임신을 죄악시했던 당시 가톨릭의 분위기로 인해, 이 시설에 반강제로 격리된 미혼모들은 중노동에 시달리며 하루 한 번 자신의 자식을 만난다.

게다가 입양될 경우 아이의 엄마는 강요에 의한 친자 포기각서를 작성하고 생이별을 하게 되는 것.

이렇게 자신의 아이가 미국으로 입양된 엄마 필로미나(주디 댄치 분)가 51년의 세월이 흘러, 꿈속에서도 잊어본 적이 없는 자기 아들을 찾아 나선다.

BBC출신 기자 마틴(스티브 코간 분)의 도움을 받으며 미국까지 그의 행적을 좇아간다.

그리고 찾아낸 앤소니에 대한 정보는 공화당 소속으로 두 대통령의 법률 자문을 하는 등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불행히도 에이즈로 죽었다는 것.

필로미나는 실망했지만, 아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궁금해 한다.

귀국행 비행기를 포기하고 어렵게 아들의 게이 친구를 만나 그가 아일랜드를 잊지 않았고 어머니 필로미나를 찾기 위해 아일랜드의 수녀원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긴 추적 기간 중 기자인 마틴은 수녀원의 파렴치한 행위에 분노한다. 그들의 잣대에선 여전히 미혼모 필로미나는 죄인이었고, 그녀 자신도 원죄라는 죄의식 속에서 자신을 책망한다.

그리고 마틴은 부끄럽지만 감춰져 있던 아일랜드 고아의 불법 입양과정에 관한 책 <잃어버린 아이들>을 쓰게 된다. 

자 그렇다면 이 영화에 담긴 술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여러분들은 아일랜드하면 가장 먼저 어떤 술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임슨 등의 아이리시 위스키를 말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기네스 흑맥주’라고 말할 것이다.

한때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였을 만큼 기네스는 영국의 포터와 다른 스타우트 맥주로 분류되면서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팬덤을 유지하고 있는 술이다.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에는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기네스 맥주와 기네스 맥주 목에 붙여져 있는 ‘아이리시 하프’ 엠블럼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틴이 앤소니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찾아간 곳의 펍에서 마신 술은 기네스다.

필로미나와 아일랜드의 수녀원을 다녀온 뒤 마신 술도, 앤소니의 사진을 검색하다 그의 양복 깃에 꽂혀 있는 아이리시 하프 배지를 찾아냈을 때도 그의 앞에는 기네스가 놓여 있었다.

이처럼 기네스와 아이리시 하프는 모두 아일랜드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대상을 기네스는 한 몸에 담고 있다.

물론 아일랜드의 국장으로 쓰는 켈틱 하프와 기네스의 하프는 비슷하지만, 좌우가 바뀌어 있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1922년 이 하프를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기네스가 자신들의 엠블럼을 현재의 것으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기네스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아일랜드적인가. 그렇지는 않다.

기네스 가문은 전통적으로 영국과의 통일을 주장한 통일당을 지지했고, 1932년 런던 증시에 상장하면서 본사를 런던으로 이전했다.

1982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반군 이미지가 기네스의 브랜드를 훼손할 것을 우려해 런던 맥주로 위상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인구는 500만명이 안되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4000만명에 이르는 아일랜드계 사람들을 포함한 7000만명의 아일랜드계 후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단다.

하지만 기네스는 영국의 차별적인 주세 정책을 극복하기 위해 태운 보리를 사용하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탄생한 스타우트 맥주이며, 질소 충전 방식으로 크리미한 맛을 내는 특허 등을 개발하면서 여전히 흑맥주 계의 강자로 자리하고 있다.

<필로미나의 기적>이나 <브룩클린>, 아니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대사로 기네스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면서 스타우트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기왕이면 드래프트 맥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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