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1 20:05 (수)
은행, 네이버에 대출 신시장 뺏길까 노심초사
은행, 네이버에 대출 신시장 뺏길까 노심초사
  • 안소윤 기자
  • 승인 2020.09.2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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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 e-커머스 금융 진출 본격화
“전통금융 생태계 교란 우려…공정위 나서줘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네이버파이낸셜의 ‘e-커머스(온라인쇼핑몰) 금융’ 광폭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e-커머스 업계 1위 네이버쇼핑을 등에 업은 네이버파이낸셜이 기존 시장 진입자들을 삼키는 포식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커머스 금융은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는 e-커머스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으로, 최근 온라인 창업 증가로 수요가 증폭해 ‘중금리대출 신시장’으로서 각광 받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연내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 전용 신용대출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해당 대출은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의 실시간 매출 흐름과 고객 리뷰·재방문율 등과 같은 판매자 신뢰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년도 매출이나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신용등급이 낮아도 일정 금액 이상의 네이버쇼핑 매출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의 정산 구조를 변경해 정산 대금을 받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평균 9.4일에서 5.4일로 앞당길 계획이다.

정산 기일이 줄어들면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4월 선보인 네이버쇼핑 선(先)정산 대출상품 ‘퀵에스크로’의 이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퀵에스크로는 소비자가 ‘구매 확정’ 전이라도,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으로 판매자에게 정산 대금을 최대 80%까지 미리 주는 매출채권 담보대출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28일 퀵에스크로의 수수료를 하루 0.015%(연 5.4% 수준)에서 0.013%(연 4.7% 수준)로 낮추기도 했다.

현행법상 단독으로 대출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 플랫폼을 통해 e-커머스 금융을 운용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 심사역을 맡고, 해당 정보를 전달받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대출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e-커머스 금융을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은행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은행들도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자영업자 대출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내기 위해 그동안 e-커머스 금융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e-커머스 금융에 가장 먼저 입지를 다진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11월 위메프, 쿠팡, 무신사, 지마켓, 옥션 등과 제휴를 맺고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e-커머스 선정산 대출상품 ‘KB셀러론’을 선보였다.

연 5%대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이용 가능한 KB셀러론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대출 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 이후 KB셀러론의 올해 누적 대출 목표치를 높인 국민은행은 지난 7월 e-커머스 업계 점유율 7%를 차지하는 카페24와 제휴를 맺는 데도 성공했다.

이후 SC제일은행은 지난 1월 티몬 입점 판매자 전용 선정산 대출 ‘데일리론’ 출시했고, 우리은행은 SKT와 함께 11번가 입점 판매자를 위한 마이너스 통장 형태의 대출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은행들은 제휴를 맺은 e-커머스 플랫폼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 네이버쇼핑과 손잡고 등장한 네이버파이낸셜은 공통으로 위협적인 존재다.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는 올 1분기 기준 약 40만명으로, 시장 점유율(14%) 1위다. 온라인 사업자들은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쇼핑몰만 운영하지 않고 여러 쇼핑몰에 중복해 입점하기 때문에 e-커머스 플랫폼 간 입점 판매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이 그동안 플랫폼 제휴를 통해 확보한 e-커머스 금융 고객 대부분이 1위 플랫폼을 끌고 온 네이버파이낸셜로 단번에 흡수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위 플랫폼과 함께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등장으로 e-커머스 금융시장 이 확장되고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면 좋겠으나, 자칫 독과점 시장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쉽게 떨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 내부에선 네이버가 금융 자회사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남용, 전통 금융권의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신경 써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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