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보 매각·경영권 방어 때마다 우호 자처
악사손보에만 3.8천억 투입…손실보고 떠나나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악사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왔다. 교보생명의 인수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격은 2000억원 내외다. 악사(AXA)그룹은 최소 4000억원은 받아야한다고 본다.

신창재 회장<사진>이 어려울 때마다 백기사 역할을 도맡아온 악사다. 하지만 손실만 본 채 국내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그룹은 악사손해보험 지분 전량 매각(99.7%)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예비입찰에는 교보생명이 단독 참여했다.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신한금융지주는 발을 뺐다.

악사손보의 전신은 교보생명이 운영하던 ‘교보자동차보험’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1년부터 온라인 자동차보험 자회사인 교보자동차보험을 운영하다 2007년 프랑스 악사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번에 교보생명이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13년 만에 재인수가 된다.

교보자동차보험을 악사그룹에 매각할 당시 신 회장의 강한 러브콜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교보생명은 기업공개(IPO) 압박으로 자본금 확충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여기에 악사그룹이 나서줬다. 국제 보험사회서 명망 있던 신 회장의 추천이 배경이 됐다. 악사도 국내 보험시장 진출에 욕심이 있었다. 지난 2001년 국내서 철수한 악사는 이후에도 대한생명 인수 등에 관심을 가진 바 있다.

신 회장의 백기사 역할에 있어서도 악사는 손을 내밀어줬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분을 매각할 당시부터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부담을 느끼던 신 회장도 악사만큼은 특수관계인 지분과 함께 우호지분으로 인식해왔다. 현재 악사가 보유한 지분은 2.43%다. 

지난 2014년 우리은행 인수 타진 때도 교보생명은 악사그룹을 주요 FI 중 하나로 점찍고, 인수 문제를 논의했을 정도다.

그러나 악사가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한 뒤 국내 보험시장에서 좋은 기억은 없었다. 악사손보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2012년을 제외하면 수년째 적자였다. 이후 △2016년 410억원 △2017년 275억 △2018년 164억원 등 3년간 흑자로 돌아섰지만 현재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90%에 육박하는 자동차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지속하는 적자 기조에 악사는 인수 이후 총 7번에 걸친 유상증자로 약 28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교보자동차보험 인수 당시 악사가 지불한 금액은 1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 3800억원을 쏟아 부은 셈이다.

인수합병(M&A)시장에서 보는 예상 매각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7~1.1배를 적용한 2000억원 내외다. 악사가 원하는 매각금액은 4000억원 수준이다. 투자한 만큼은 회수하겠다는 목적인데 시장가격과의 괴리가 큰 상황이다.

업계는 교보생명이 악사가 원하는 만큼의 인수가를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 회장과 FI간 풋옵션(주식매매 청구권) 분쟁 때문이다. 최종 인수 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이사회 내에는 국제소송을 진행 중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이상훈 대표도 포함돼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어려운 시기마다 악사그룹에 손을 내밀었다. 악사가 엑시트하는 상황을 손 놓고 바라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신 회장도 교보자동차보험을 ‘아픈 손가락’이라고 칭했을 정도로 매각을 아쉬워했다. 재인수 의지는 확고하겠지만 매각가를 두고 의견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악사그룹은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서도 발을 뺄 모양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지분은 교보생명와 악사 인베스트먼트 매니저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아직 매각 주간사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교보생명과 지분 매각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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