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도 늘지만 미국채 금리 하락세
“환헤지까지 고려하면 약 40bp 열위”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내달부터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늘어나지만 오히려 생명보험사들은 해외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

금리 상황과 환헤지 비용을 고려하면 미국 국채보단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 중 외화 유가증권 비중은 14.6%로 올해 1월(15.4%)과 비교했을 때 0.8%포인트 줄었다.

올해 들어 외화 유가증권 비중은 △2월 15.7% △3월 15.1% △4월 15.0% △5월 15.1%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온 보험사들은 그동안 해외투자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운용자산이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다음 달부턴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사의 해외투자 비중 한도가 일반계정 자산의 30%, 특별계정의 20% 이내에서 모두 50%로 상향된다.

자산운용 제약 요인이 하나 사라지면서 회사별로 유연하게 운용전략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거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는 해외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환헤지 환경, 미 국채 금리 하락 등 해외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늘고 있어서다. 결과적으론 미 국채보단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날 기준 미국 국채금리는 10년물은 0.7%, 20년물은 1.2%, 30년물은 1.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국채금리는 10년물이 1.4%, 20년물과 30년물은 1.6%다.

단순히 수익률만 놓고 비교해도 당장은 원화채권을 사들이는 게 더 유리하다.

장기적으로 미 국채 금리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환헤지 비용까지 고려하면 수익률 측면에서 원화채권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이 자산운용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환헤지 규제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도 해외투자 제동에 영향을 줬다.

보험사들은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의 20% 이내로 환오픈 규제를 적용받는다. 환오픈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거래방식이다. 주로 해외투자 시 투자수익을 높일 목적으로 사용한다.

가용자본이 1억원이라 가정할 때 외화 투자자산 중 2000만원에 대해서만 환헤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나머지 외화자산은 투자전략과 상관없이 무조건 환헤지 방식을 취해야 한다. 투자수익을 높일 목적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해도 환헤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한 보험사 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미 국채 수익률은 국내보다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환헤지까지 고려하면 15~20bp 정도가 더 감소한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미 국채가 원화 채권 대비 40bp 정도 더 열위에 있기 때문에 현재는 외화자산 확대 전략을 멈춘 상태”라며 “미 연준이 제로금리를 오는 2023년까지 동결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러 가지 정치 이슈를 고려했을 때 해외투자 환경은 단기간 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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