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까다로운 연 10% 적금에 ‘빛 좋은 개살구’ 지적
청약증거금 무이자대출 이벤트…“대출억제 노력 역행”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대규모 자금확충에 성공 후 본격적인 영업 정상화에 나선 케이뱅크가 다양한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추진하며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까다로운 혜택 요건과 정책에 반하는 행보에 일각에선 마케팅에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5일 주주사인 우리카드와 제휴를 통해 최고 연 10%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핫딜적금X우리카드’를 선보였다.

최대금리가 두 자릿수인 적금 상품은 현재 은행권에서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경쟁사와 비교해 파격적인 혜택이지만, 요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 10% 금리 제공 대상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1.8%이며 일정 요건을 채우면 우대금리를 더해주는 방식으로 최대 8.2%포인트까지 얹어준다.

먼저 케이뱅크의 첫 입출금통장 개설 후 10일 이내 해당 상품에 가입한 신규고객이거나 마케팅 동의를 만기일까지 유지하면 우대금리 0.5%포인트를 준다.

다음으로 적금 가입일 직전 6개월 내 우리카드(신용) 이용 이력이 없고, 카드의 정석 언택트·디스카운트·포인트 등 3종의 우리카드를 적금 가입 후 익월 말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3종의 우리카드를 적금 만기 두 달 전까지 20만원 이상 쓰면 4.2%포인트를, 240만원 이상 사용 시 5.7%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여기에 3종의 우리카드 중 하나로 매달 1건 이상 자동이체를 하거나 6개월 이상 교통카드로 결제해야 2.0%의 우대금리가 추가로 더해진다.

이 상품의 월 납입액은 최대 20만원이고 납기는 1년이다. 우대금리 요건을 모두 충족해 연 10% 금리를 적용받으면 만기 세후 이자는 11만원이다. 연회비 1만~1만2천원의 우리카드를 새로 발급하고 매달 20만원 이상 써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낮은 금액이다.

케이뱅크는 ‘핫딜적금X우리카드’ 상품을 ‘세상에 없던 금리’라며 대대적으로 홍보, 선착순 2만좌 한정판매하겠다고 밝혔으나 출시 3주가 지난 현재까지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타은행의 연 5%대 특판 적금이 하루 이틀 새 조기 완판되는 것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또 케이뱅크는 최근 추천을 통해 선정한 고객 1만명에게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일반 투자자 청약증거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환급해주는 이벤트도 실시했다.

통상 공모주 청약은 적은 자본으론 접근이 어려워 소액 투자자에겐 ‘그림의 떡’으로 불렸다. 최근 사례를 보면 1주를 사기 위한 청약증거금이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등 금액적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대출 이자 환급 이벤트에 선정된 고객은 케이뱅크-NH투자증권 연계계좌 잔액에 따라 최대 4500만원까지 ‘신용대출플러스’ 상품을 이자 부담 없이 이용했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이번 대출 이벤트를 두고 일각에선 신용대출 급증세를 잡으려는 당국과 은행권의 노력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최근 신용대출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가 빚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열기 때문인데, 청약증거금 무이자 대출 이벤트가 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선제적인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지난달 18일 마이너스통장 금리와 일반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상향조정했다”면서 “빅히트 청약증거금 대출의 경우 통장에 자금이 묶여있다가 청약 절차가 끝난 후 증거금 잔액이 자동 상환되는 방식으로 대출 급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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