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분쟁조정 기준에 촉각…금감원 “다를 것 없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측이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삼성생명에 제기한 소송에서 삼성생명이 최종 승소했다.

다만 이번 판결을 보험사의 완승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소송을 제기한 이모씨의 사례만 놓고 보면 쟁점이 됐던 ‘암의 직접치료’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어서다. 금융당국도 암 직접치료 요건에 대해 개별 사례마다 달리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보암모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제기한 암 입원비 지급 청구 상고 소송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은 대법원이 원심에 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씨는 지난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생명 암보험에 4건 가입했다. 그는 2017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와 함께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이씨에게 암진단금과 수술비 등 명목으로 9000여만원을 지급했지만, 요양병원 입원비 5000여만원과 지연이자 지급은 거절했다.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를 받기 위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보험사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씨 사례가 모든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판결의 쟁점은 이씨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치료’ 목적인지와 입원 필요성 여부다. 2심에서는 암의 후유증이나 합병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입원은 직접 치료가 아니라는 지난 2010년 대법원 판례를 고수했다. 이씨의 입원은 건강회복을 위한 치료였다는 것이다.

또 이씨가 △혼자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20회 정도 외출·외박이 가능했던 점 △대학병원 주치의가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씨를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나 약물투여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로 본 거다.

금융당국은 이번 판결이 보험사들에 권고했던 암 입원비 지급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씨 사례는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더라도 부지급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보암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2018년부터 암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이 요건은 크게 △예정된 항암치료 유무 △입원치료 필요성 등 두 가지다. 

금감원은 암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했더라도 주 치료병원에서 항암치료 등을 받는다면 ‘직접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본다. 병실 수 부족으로 주치의의 입원 소견을 받지 못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입원 필요성은 의사 소견이나 입원 중 병적증상, 치료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다.

법원도 암의 직접치료 범위와 입원 필요성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따졌다. 이번 판결이 금감원의 분쟁조정 기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과 금감원의 분쟁처리 기준은 동일하다”라며 “금감원은 현재 분쟁처리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의 지급권고에서 삼성생명이 ‘전부 수용’을 결정한 비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71%로 처음 암 입원비 분쟁이 있던 지난 2018년 말(29%) 대비 크게 올랐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전액지급 비율은 90% 이상을 웃돈다. 다른 생보사는 지급 권고를 100% 전부 수용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법원 판결로 보험사들의 요양병원 암 입원비 지급률이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향후 판결을 근거해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 입원비 지급기준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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