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한상용 연구위원

국내에서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 사회에 많은 이슈를 제기해 왔지만, 그중에서도 국민의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은 팬데믹 시대에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금융이해력은 개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재무적 안정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재무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최근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이라는 책과 강연으로 유명해진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인 존 리 대표는 코로나19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질병이지만 금융 문맹(financial illiteracy)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해서 사회적인 병폐가 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은 금융이해력의 부족에 의한 재무적 취약성으로 인해 재무적 곤경에 처할 위험성이 높았지만,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팬데믹 시기는 금융 취약계층을 코로나19가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이해의 부족은 과소비, 과잉부채, 신용불량 등의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국민의 금융이해력 향상은 당장 개인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안전장치일 뿐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있지만 금융문맹률에서만큼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국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는 62.2점으로 OECD국가의 평균(64.9점)보다 낮았으며 미국 신용평가 기관인 S&P의 2015년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33점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는 두 배의 격차를 보였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인 가봉(35점)이나 우간다(34점)보다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듯 국민의 금융이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돈의 가치, 합리적 소비, 저축습관에 대한 교육을 시작해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올바른 자산관리와 투자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학교뿐 아니라 직장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강화해 젊은 세대들이 인생의 이른 시기부터 구체적인 재무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성취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 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된 건전한 경제주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부의 불평등은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에 대한 격차를 증가 시켜 금융 양극화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금융이해력의 향상은 단순히 개인의 금융역량 증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의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교육당국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라도 어린 시절부터 공교육에서의 금융교육을 강화해 국민들에게 금융교육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득의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을 가져오며 과거와 같이 ‘개천의 용’과 같은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교육 지원의 확대는 개인적 노력에 의한 계층 간 이동의 다른 사다리로 기능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같은 정부의 직접 원조는 코로나19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체계적인 금융교육은 우리 국민들이 삶에서 직면할 여러 가지 중요한 재무적 의사결정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교육을 통한 금융이해도의 향상은 우리 국민들이 향후 팬데믹이 초래할 금융위기에 대처할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내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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