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펀드 구조...하나은행, 문제 인지하고도 투자자에 미통보

(자료=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구조도. 실사보고서 내용을 도식화함.(자료=정의당 배진교 의원실)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이하 헬스케어펀드)’가 투자 상품 설명서에 등장하지 않은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제3의 회사에 수수료 4%의 높은 보수를 주도록 설계 운용된 것이 확인됐다.

또 국내에서 모집된 자금들로 신규 채권을 떠안는 방식으로 폰지사기(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사기)가 이루어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의원실이 입수한 현지실사 보고서를 시민사회단체 금융정의연대와 함께 분석한 결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헬스케어펀드의 사기판매 가능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역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CBIM이 채권을 할인 매입한 뒤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구조다.

배 의원이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의 이탈리아 현지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설명서와는 달리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제3의 회사가 확인되는데, 이 회사는 이탈리아 현지 운용사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로 약 4%에 해당하는 판매수수료를 지불한 것이 확인됐다.

판매사인 하나은행의 수수료가 1.2%, 국내 자산운용사의 수수료가 0.16%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수료를 보이지 않는 회사에 지불하는 구조다.

해당 펀드 만기는 25~37개월이지만 6~7년 지나야 받을 수 있는 매출채권들이 섞여 있었고. 이마저도 시장 할인율(15~25%)보다 높은 가격(평균 할인율 7~8%)에 사들였다.

또 이탈리아 진료비 매출채권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ESC그룹이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한다고 돼 있었지만 ESC그룹은 사실상 역할을 하지 않았다. 대신 CBIM과 ‘한남어드바이저스’라는 회사가 불량채권 매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손실이 전제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나은행은 3월 실사 이후 펀드 회수가 쉽지 않고 운용상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지만 이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되는 채권 비율은 60.3~99.9%에 이른다고 돼있었는 데, 실제 회수 불가능해 보이는 비율을 이보다 낮게 설명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배 의원이 하나은행은 현지 실사 이후 이와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그대로 알리지 않아 문제를 축소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해외 시장으로 투자되는 사모펀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와 내부통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 의원은 “헬스케어펀드는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의 성격이 짙다”며 “투자설명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3의 회사를 만들고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하는 등 투자자들의 손실을 전제해서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 직원이 해당 펀드를 기획하고 판매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해당 펀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더욱 면밀한 조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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