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잔액 4년 새 두배 껑충
“IFRS9 유예한 제조업 계열 생보사가 영향 더 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보험사들의 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한화 등 제조업 계열 생명보험사일수록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보험사의 파생상품 잔액은 177조원으로 지난 2016년 상반기(82조원) 보다 2배 가량 늘었다.

거래규모도 같은 기간 97조원에서 165조원으로 1.7배 불어났다. 거래규모를 기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7년 상반기 119조원에서 2018년 상반기 144조원, 지난해 상반기 162조원 등 지속 증가세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은 통화 관련 파생상품이다. 보험사들이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채권, 주식 등 외화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결과다. 

보험사는 해외투자 시 투자 대상 국가의 환율 변동에 따른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스왑, 통화선도, 통화선물 등을 활용한다. 

이러한 외화자산은 환헤지 규제를 적용받는다. 해외투자를 늘릴수록 통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파생상품 거래규모 165조원 중 약 60%(100조원)가 통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였다.

이자율과 주가 관련 파생상품도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올해 상반기 거래규모의 각각 26%(43조원), 13%(22조원)를 차지한다. 이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 영향이다.

이자율선물, 이자율스왑 등 이자율 관련 파생상품은 금리확정형 상품이나 최저보증이율이 설정된 상품의 금리하락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거래된다.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주가 관련 파생상품은 주로 주가지수선물이 활용되는데 변액보험의 주가하락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변액보험은 IFRS17 도입에 따른 부채 증가 부담이 일반 저축성보험보다 적어 그간 생보사들이 판매를 꾸준히 늘려왔다. 특히 삼성생명은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중위권까지 떨어진 변액보험 영업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변액보험 판매에 집중해왔다.

파생상품은 보험업법상 일반계정에서 총자산의 6%, 장외파생상품은 3% 미만으로 허용하고 있어 자산규모가 큰 생보사의 파생상품 거래량이 보험업계 전체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파생상품을 늘려온 보험사들의 손익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파생상품 거래가 재무제표상 위험회피회계 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파생상품 사용에 따른 손익의 변동성을 감수해야한다. 

위험관리 차원이 아닌 투자수익률 제고 등 단순 매매목적의 파생상품이 한 예다.

위험회피회계는 위험회피수단의 공정가치와 현금흐름을 동일 기간 손익으로 인식하게 해 손익변동성을 완화시켜주는 제도다.

현 회계제도에서는 헤지 목적의 상품이어도 위험회피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면 파생상품의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그대로 반영된다.

삼성·한화 등 제조업 계열 생보사일수록 늘어난 파생상품 규모가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는 신회계기준(IFRS9) 상에서 더 폭넓은 파생상품의 위험회피회계 적용요건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IFRS9를 도입한 보험사는 금융지주계열 보험사에 그친다.

보험연구원 노건엽 연구위원은 “보험업계 파생상품 잔액과 거래규모가 늘어난 건 해외투자 비중과 변액보험 상품 판매를 늘려온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의 영향이 크다”라며 “다만 IFRS9를 유예한 제조업 계열 보험사들이 파생상품의 확대로 당기손익 변동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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