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계좌 해지 후 재개설, 어딘 되고 어딘 안되고
금감원 “행정지도 중...제도운영 획일화는 힘들어”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의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가 질서 없이 운영되며 고객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대포통장과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지난 2011년 도입한 이 제도는 개인 고객이 계좌개설 시 해당 내용을 은행연합회 전산에 등록해 전(全) 은행에서 공유되도록 하고, 20영업일 이내 2개 이상 계좌개설을 제한한다. 20영업일은 약 1개월로 ‘1개월 1계좌 규제’라고도 불린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은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제도 관련 20영업일 이내 신규계좌 개설 카운팅 기준을 제각기 다르게 삼는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영업일 이내 타행에서 신규로 개설된 계좌가 있어도 해당 계좌를 ‘해지’ 하면 당행 신규계좌를 개설해준다. 이 경우 별도의 개설 목적 확인 심사도 진행하지 않아 고객들은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으로도 추가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의 경우 20영업일 이내 개설했던 타행 신규계좌를 ‘해지’ 처리해도, 이미 1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로 카운트하고 당행 신규계좌를 개설해주지 않는다.

타행 신규계좌 개설 후 급여, 대출 등 부득이한 이유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에서 제한 기간 내 신규계좌를 추가로 발급하려면 개설 목적에 따라 이를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 서류를 갖춰 직접 지점을 방문해 직원으로부터 개설 적합판정을 받아야 한다.

혹은 개설했던 신규계좌를 개설 당일 은행에 ‘개설 취소’를 요청, 은행연합회 전산에서 기록을 삭제하면 되지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은 직원의 실수가 아닌 이상 계좌개설을 취소해주지 않는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했다면 취소가 아예 불가능한 셈이다.

이처럼 은행별로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 관련 내부 규정에서 신규계좌 ‘해지’에 대한 해석을 서로 달리하면서 해당 업무를 보려던 일부 고객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일례로 계좌개설 후 해지만 하면 또 다른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 대출 금리·한도 조회를 위해 모바일뱅킹(비대면)으로 계좌를 텄다가, 조건이 부합하지 않아 다른 은행 상품을 알아보고 싶어도 개설 제한으로 단순 조회는 물론 가입까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 한 관계자는 “단기간 다수계좌 개설 제한은 행정지도 형태로 추진된 것”이라며 “소비자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선 해당 제도를 법규로 제정하고, 업권에서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좋으나 현업에 반영되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별로 제도 도입 취지에 맞춰 문제 계좌가 많이 발생하면 다수계좌 개설을 강하게 제한하고, 발생률이 낮으면 여유 있게 관리하는 등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내규에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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