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

최근 카드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전년 동기대비 10.5% 증가했으며 지난 6월 이후에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아 4조원을 넘어선 단계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인한 가계 대출 수요 증가와 은행권의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 등으로 단기 대출이 급증했다.

더욱이 최근 카드사들의 우량 차주 대상 대출상품인 마이너스론까지 출시된 점도 대출 증가와 무관치 않다.

마이너스론이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대출한도 약정 후 차주가 원하는 시점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카드대출이다.

일반 카드론보다 대출금리가 낮고 중도상환수수료, 취급수수료도 없어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가 이용한다. 필요 시 대출받은 금액이 약정한도이내일 경우에는 대출회수에 상관없이 대출 1건으로 고려돼 잦은 대출이력으로 인한 신용도 하락 위험도 낮은 편이다.

마이너스론은 긴급생활자금 수요 외에도 최근 주택담보대출, 주식투자에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보인다. 단기대출을 통해 장기투자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향후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치 하락 시 가계대출 부실의 주범이 될 수 있다.

최근 카드론과 마이너스론의 대출 증가에 따른 부실 우려는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우선 대출회수율이 낮아진 점, 저신용 차주에 대한 이자부담이 높아진 점을 들 수 있다. 연체원금 대비 회수액의 비율인 회수율은 올해 상반기에 21.4%로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40.6%)와 비교해도 절반에 불과하다.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원금 연체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카드사의 건전성 훼손이 심히 우려된다.

또 전체적으로 카드대출 금리는 낮아졌지만 중·저 신용자에 대한 금리 상승은 신용위험 증가라는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7개 전업계 카드사의 대출금리는 전월대비 0.08%포인트 낮아져 마치 신용위험이 감소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신용등급별 대출금리 변화를 들여다보면 양상은 다르다.

우량 신용등급의 차주에 적용되는 카드론 금리는 낮아졌으나 중·저 신용차주의 대출금리는 반대로 높아졌다.

중신용 등급인 5~6등급 구간 차주에 적용되는 대출금리는 0.13~1.97%포인트 상승했고, 저신용등급으로 분류되는 7~10등급 차주의 대출금리도 최대 0.78%포인트 올랐다.

우량 차주에 대한 금리하락 효과가 크게 나타나 전체적인 카드대출 금리는 낮아졌음에도 중·저신용차주의 이자부담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위험 감내 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저신용차주의 대출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카드사의 신용위험 수준은 사실상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일부 카드사의 경우 신용위험 증가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오히려 낮아진 점은 심히 우려스럽다. 금융감독당국의 원리금 상환 유예정책으로 실질 연체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명목 연체율이 하락한 것이 대손충당금 적립률 감소의 주된 이유다.

카드자산 대비 다중채무 자산 비중 증가도 우려할 만하다. 3개 이상 카드를 이용한 다중채무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이례적이다.

복수차주 비중이 높은 카드론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12년 이후 다중채무 비중이 60%를 넘은 적은 흔치 않았다. 해당 비중이 높다는 것은 복수의 카드를 통해 차주 스스로 부채를 돌려막고 있음을 방증한다.

자칫 카드사 간 연쇄부실 위험을 의미하는 시스템 리스크의 증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카드사의 대출급증으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는 면도 있지만 잠재적 신용위험은 심화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마이너스론을 통해 장기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점, 대출회수율이 낮아진 점, 중·저 신용 차주의 대출금리가 상승한 점, 다중채무 비중이 높아진 점이 해당 근거다. 이는 금년 하반기 카드사의 위험관리가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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