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지분율 늘려 영향력 확대
“다양한 사외이사, 독립적 구성돼야”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은행권 노동조합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 지분율을 점차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고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우리사주는 최근 676억원 규모의 주식(161만6118주)을 추가 매입해 총 723만4754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른 지분율은 1.73%로 6월 기준 1.44%에서 0.29%포인트 늘었다.

KB금융 우리사주는 KB금융이 보유한 자사주 5.06%를 제외하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97%), JP모건 체이스뱅크(6.40%), 싱가포르투자청(The Government Of Singapore, 2.15%)에 이어 실질적인 4대 주주라는 입장이다.

KB금융 우리사주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사외이사 선임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임직원들은 자기자금을 출연해 매월 40억원 규모로 주식을 매입 중이다.

올해 역시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틴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대한 진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 추가 기운다. 글로벌 자문 전문기관들도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CGS는 지난 9일 보고서를 통해 “KB금융은 국내 ESG 선도기업이며 우수한 지배구조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어 주주 제안에 의한 사외이사 선임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고 제언했다.

앞서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도 두 후보의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는 우리금융 지분율을 이달 들어 8.31%로 끌어올렸다. 내달 또한 자사주를 매입, 연내 9%대로 진입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금융 우리사주는 예금보험공사(17.25%), 국민연금공단(9.88%)에 이은 3대 주주다. 2대 주주로 오른 뒤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IBK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가장 순조로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업은행 우리사주의 자사 지분율은 6월 기준 0.13%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 1월 노사공동선언문을 통해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 기업은행 특성상 정부 입김이 크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의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내년 1분기에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으로, 노조는 이 시기에 맞춰 새로이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양한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데는 모두 공감할 것이나 노조추천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인 만큼 노사합의를 통해 도입되기까지 진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금융지주 우리사주는 6월 기준 지분율 5.15%를 차지해 4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하나금융지주 우리사주는 0.93%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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