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파죽지세…제2의 ‘가즈아 광풍’ 조짐
“당장의 수지타산보다 미래가치에 과감한 투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다시 부흥기를 맞을 조짐이 보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담글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선 암호화폐 사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보다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지만, 향후 다양한 서비스를 운용하는데 주효한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어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암호화폐의 대표주자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연고점을 경신하며 파죽지세로 상승하고 있다.

이날 국내에서 비트코인은 연초(824만원)보다 119%가량 뛴 1806만원(업비트 기준)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930억달러(약 326조)로, 연초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매력적인 투자처로 다시금 부상한 암호화폐 시장에 제2의 ‘가즈아 광풍’이 불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를 통한 서비스 진출을 고심 중이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사의 거래 은행에서 실명확인을 받은 고객에 한해 투자용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것으로, 투자자 명의도용을 막고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8년 1월 도입했다. 

빗썸,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국내 빅4 거래소는 각각 제휴 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2018년부터 농협은행과, 코빗은 신한은행과 계약을 유지 중이다. 업비트는 기업은행과 계약 연장에 실패한 이후 2년 5개월 만인 지난 6월 케이뱅크와 새로 제휴를 맺고, 신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을 재개했다.

빅4 거래소는 재계약이 불발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고객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추가 제휴 은행을 찾아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이다. 그 외 중소 거래소들도 내년 3월 개정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제휴 은행을 모색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금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 즉 내년 9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영업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신고 수리가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거래소의 러브콜에도 암호화폐 시장 진출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암호화폐 관리에 대한 위험 부담이 은행에 편중돼있기 때문이다.

특금법에 따라 은행들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시 거래소의 절차·업무지침을 확인해 금융거래 등에 내재한 자금세탁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한다. 자금세탁에 대한 위험성을 은행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발급을 통해 거래 수수료를 취할 수 있지만, 가상계좌에 위탁 방식으로 보관되는 투자금은 별도로 운용을 할 수 없어 위험 감수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미래성장 기대가 크고, 시장 선점에 실패할 경우 해외 플랫폼으로 거래 고객들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해외 암호화폐 시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시장이 매우 활기를 띠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거래소 영업 가능 여부 판단과 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고, 전문조직 운영 등 비용 측면까지 더해져 부담스러운 사업”이라며 “먼저 뛰어든 은행들은 당장의 수지타산보다 미래가치를 높이 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은행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만으로는 시장에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은행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를 맺은 코빗과 커스터디 신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다. 기존에 커스터디 관련 노하우가 있는 은행과 암호화폐 이해도가 높은 거래소가 손을 잡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도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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