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불러일으킨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의 연설문
청자와 시대정신 공유하며 미래세대 꿈까지 제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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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리더의 언어는 듣는이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청자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사그라진 꿈도 다시 되살릴 수 있도록 이성을 일깨우고 감성과 교감하면서 리더의 언어는 생명을 얻게 된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의 연설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백인이 아닌데다 여성 후보로써 처음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는 유리천장 부수기 차원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지킬 의지가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이 민주주의이고, 국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힘을 갖고 있으므로, 진보가 가능했다고 진단한 해리스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이 새 시대를 열었다고 선거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연설을 시작한다.
 
그리고 미국 정치인들의 연설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여행 메타포’를 빌어와 조 바이든 부부와 자신들이 같이 미국을 쇠락하게 한 세력과 싸울 수 있는 긴 여정을 펼쳤고, 국민과 함께 그 성과를 일궜다고 말한다.

해리스의 연설이 미국민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준 대목은 다음의 내용으로 보인다.

자신의 어머니는 물론 수세대에 걸친 여성들, 그중에서도 흑인, 아시아계, 백인, 라틴계 그리고 북미 원주민 여성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오늘을 그들의 지속적인 싸움의 결과였다고 해리스는 말하고 있다.

즉 자신의 탁월함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는 공명심보다는 타자를 먼저 배려하며 연대의 힘으로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는 고백은 유권자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일지라도,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모든 여성에게 ‘유리천장’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메시지이자, 자신도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 선배들처럼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동시에 담고 있다.

흔히 리더들은 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자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화자가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라면, 청자에게 진정성 있게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여기서 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시대정신과 관계가 있다.

화자와 청자가 같이 공유하고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확인할 때에서야 겨우 청자는 귀를 열게 된다.

미사여구로 가득 채워진 글에서 우리는 더는 글의 생명력을 확인하지 못한다. 오히려 미사여구는 사람들의 경계심을 일깨워 주기 일쑤이다.

해리스의 연설문이 지닌 최고의 덕목은 같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봤고, 국민들과 함께 성과를 일궜다며 공도 나눈 대목이다.

그리고 국민이 말하는 시대정신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간다는 선언적 명제는 미래세대에게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자양분이 돼 주었다.

리더의 언어는 치열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실행과정을 거치면서 무수히 많은 검증된 사례를 자신의 언어로 가져와 설득력을 보탠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의 연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언어는 감성을 넘어서 이성에게도 호소하게 된다. 듣는 순간은 물론 텍스트를 접하는 순간에도 미소를 짓게 하는 언어가 생명을 가진다.

우리가 여전히 명연설문 중 하나로 꼽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내게 꿈이 있습니다’를 떠올려보면 답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의 연설도 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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