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 가능 경영 핵심가치 부상
채권 발행부터 특화상품 출시까지 ‘착한사업’ 잰걸음

[편집자주]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가 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평가가 더욱 중시되면서 이를 고려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ESG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운용자산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윤리적인 명분과 투자유치 실리까지 챙길 수 있는 ESG 가치 확립을 위한 은행권 움직임도 분주한 모습이다. 채권 발행부터 특화 금융상품 출시, 차별화된 역량 강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ESG 경영을 펼치고 있는 은행의 행보를 뒤쫓아 봤다.

‘투자 큰 손 잡아라’ 채권 발행 봇물

전세계적으로 ESG 규범을 준수하는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선진국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UN과 함께 ESG 투자 확산을 추진하는 국제 민간단체 ‘PRI’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글로벌 ESG 운용자산은 105조달러(약 12경4509조원)로 지난 2014년 44조달러에서 2016년 61조달러, 지난해 86조달러에서 빠른 속도로 급증했다.

ESG가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은행들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문은 ESG채권 발행이다. 그동안 은행에 ESG 채권은 낯선 분야였으나, 지난해 2월 우리은행의 국내 시중은행 최초 원화 ESG채권 발행 성공을 기점으로 발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만 은행권에서 약 5조원(원화·외화 합산) 규모의 ESG채권이 발행됐고, 하반기에도 채권 발행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등에 활용하기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원화 ESG채권을 3년 만기, 연 1.01%의 고정금리로 발행했다.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국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우리은행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내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지난해 2월 글로벌 ESG 리서치회사 서스테이널리틱스로부터 검증보고서를 취득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4억 호주달러(약 3246억원) 규모의 5년 만기 외화 캥거루 소셜본드 발행을 성공했다.

조달자금 용도가 코로나19 피해 기업 및 코로나19 확산 방지 활동 지원으로 특정된 국내 최초의 ESG 캥거루 채권이다.

이 채권은 변동금리채와 고정금리채로 나눠 발행됐으며 금리는 변동금리채의 경우 3m BBSW(Bank Bill Swap Rate)에 0.88%를 가산한 수준, 고정금리채는 연 1.183%로 결정됐다.

투자자 구성은 지역별로 변동금리채의 경우 호주 33%, 아시아 66%, 유럽 1%, 고정금리채는 호주 50%, 아시아 48%, 유럽 2%의 분포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호주 중앙은행(RBA) 레포(Repo) 적격담보지위를 획득한 후 채권을 발행해 동일 만기의 채권을 미국달러로 발행하는 것보다 조달비용을 절감했고, 호주 역내 투자자들의 참여를 극대화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8일, 코로나9 대응을 위한 5억 달러 규모의 10년만기 고정금리 외화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에 175bp(1bp=0.01%)를 가산한 수준인 2.518%로 결정됐으며,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에도 국내 시중은행 최초의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한 바 있다.

이번 발행도 올해 첫 후순위채권을 코로나19 대응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하면서 한국물 해외채권 발행 시장의 선도적 지위와 글로벌 ESG시장에서 주요 발행사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은행의 ESG채권 발행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우수한 영업실적과 견조한 자산건전성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은행의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SG 열풍 타고 특화상품 우후죽순

ESG를 키워드로 한 특화 대출, 예·적금 상품 출시도 활발하다.

KB국민은행은 미세먼지, 해양오염과 같은 환경문제 및 기후변화 등을 고려한 친환경 상품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맑은하늘적금’은 대중교통이용, 종이통장 미발행 등 미션을 달성하면 최고 1.0%포인트(3년제 기준, 세금공제 전)의 우대이율을 제공한다.

또 태양광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KB태양광발전사업자 우대대출’도 출시, 지난해 말 기준 959억원을 지원했다. 태양광발전사업자에게 한도 우대로 대출 지원하고 전력판매(SMP) 및 공급인증서(REC) 매매대금으로 상환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신재생에너지상생보증대출’, ‘태양광플러스대출’, ‘신녹색기업대출’ 등을 선보였다.
신재생에너지상생보증대출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시중은행 및 기업의 출연금을 재원으로한 신·기보보증서 담보대출이다.

태양광플러스 기업대출의 경우 태양광발전 시설투자를 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전력 판매 대금 및 공급인증서 판매대금으로 대출 상환받는다.

신녹색 기업대출은 녹색산업을 영위하거나 녹색산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품목을 생산, 서비스하는 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운전 및 시설자금을 우대금리로 대출해준다.

하나은행 또한 ‘에너지이용합리화기금대출’, ‘환경개선지원자금대출’, ‘녹색산업 특별 온렌딩대출’ 등 ESG 관련 대출을 적극적으로 운용중이다. 최근에는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예·적금으로 ‘도전 365적금’도 출시했다.

Sh수협은행의 경우 해양플라스틱 심각성을 알리는 공익상품을 내놓았다.

개인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Sh해양플라스틱Zero!’ 예‧적금은 해양쓰레기 감축서약, 봉사활동 또는 상품홍보 참여, 입출금통장 신규거래, 자동이체 출금실적 등 조건 충족 시 최대 0.50%포인트(예금은 최대 0.3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예금상품은 1인당 최대 5억원 한도에서 6개월 이상 12개월 이내 월단위로 가입 가능하고 금리는 최고 연 1.8%다.

적금상품은 1년 이상 3년 이내 연단위로 가입 가능하고, 정액적립식은 가입한도 월 1만원 이상 100만원 이내 최고 연 2.8%(3년 기준)의 금리를 제공하며 자유적립식은 가입한도 월 1만원 이상 20만원 이내로 최고 연 3.0%(3년 기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Sh수협은행은 Sh해양플라스틱Zero! 예‧적금 상품의 연 평균잔액 0.05% 이내에서 해양환경공단 등 해양쓰레기 저감 활동을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해 전액 수협은행 부담으로 출연한다.

개성 있는 전략으로 투자자 취향 저격

은행별 차별화된 ESG 역량이 돋보이는 전략도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ESG의 한 요소인 환경경영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으로부터 ‘ISO14001’인증을 획득했다.

ISO14001은 기업의 경영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를 엄격하게 심사해 부여하는 글로벌 수준의 환경경영시스템에 대한 인증이다.

KB국민은행은 ESG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지난 4월 ESG기획부를 신설했다. 해당 부서에서는 ESG 관련 현황 모니터링, ESG 관련 회의체 운영 등을 총괄하며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이나 경영활동을 기획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 9월 KB국민은행은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취지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사 중 최초다.

KB국민은행은 탈석탄 선언을 계기로 지구온난화 억제의 선결 과제인 석탄화력발전 감축을 위해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또 파리기후협약 등 전세계적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동참할 예정이며, 환경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책임 있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주도 및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금융 관련 투융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부터 ‘종이절약 지구살리기’ 환경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환경운동은 은행 업무상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종이사용을 최소화해 환경보호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고객과 직원이 함께 참여 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사회적책임 강화 은행권 신뢰도 제고, ESG요소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 증대 등이 맞물리면서 은행별 ESG 경영이 본격화,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며 “ESG채권 발행을 시작으로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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