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우량 대출까지 걸쇠
“코로나19 연체 리스크 상쇄할 방안 없어”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으로 연체율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은행에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제한 규제가 더해지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발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취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인한 ‘깜깜이 부실’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연체율은 0.30%로 한 달 전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7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연체율이 떨어진 것은 분모에 해당하는 대출총액이 많이 증가했지만, 신규 연체 증가 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1조원으로 지난해 9월(1조4000억원)과 재작년 9월(1조3000억원)보다 적었다. 올해 7월(1조3000억원)과 8월(1조1000억원)에 비해서도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빚을 제때 못 갚는 가계와 기업이 늘 것으로 우려됐지만 아직은 이 문제가 가시화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를 미뤄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제2금융권에서 만기를 연장해준 금액은 104조1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 기업 여신에 대한 불안이 크지만 코로나19 지원 정책으로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현재 연체율이 낮게 나타나도, 대출 자산 자체가 건전한 상태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당국 지침에 맞춰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코로나19 관련 대출 리스크 상쇄를 위해 신용대출 문턱을 1~2등급 고신용자로 상향 조정하는 등 양적성장보다 건전성·수익성 관리를 중심으로 한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현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투기자금 억제를 목적으로 상환능력이 높은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죄는 규제 도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달 30일부터 시행 예정인 ‘가계대출 관리방안’ 규제의 핵심은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는 것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아울러 1억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즉시 회수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대출의 양적 성장보다 건전성 관리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했으나, DSR 규제 강화로 우량 대출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대출 신용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도가 높고 상환능력이 높은 대출을 제한하는 규제가 생겨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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