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심사 강화에 금리 올려 신용대출 완급조절
카드사 신용한도대출상품 편의성↑ 신용도 부담↓

4대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7~8등급 차주 대상 평균 대출금리 추이.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최근 ‘마이너스카드(신용한도대출)’ 상품이 10여년 만에 부활하면서 활기를 띠는 가운데 이 상품의 원조 격인 ‘마이너스통장’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기준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는 4만1424건으로 전월(6만2920건)보다 34.16% 급감했다. 

마이너스통장은 개인의 연봉과 신용도에 따라 부여하는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는 대출 통장이다. 일정액을 빌리면 갚는 날까지 일수로 계산해 이자를 내는 구조다. 

올해 상반기부터 매월 꾸준히 늘던 마이너스통장 개설 건수는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 신용대출 규제 강화와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 등의 조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은행연합회가 전달 공시한 자료 따르면 시중은행권의 9월 신용평가(CB)사 4~5등급 기준 평균 대출금리는 △국민은행(7.36%) △신한은행(6.3%) △우리은행(5.21%) 수준이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부도율을 기준으로 7~8등급(CB사 기준 1.9등급) 차주에게 평균 대출금리 7.81%를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에는 동일 조건 기준 △국민은행(2.84%) △신한은행(3.47%) △우리은행(5.88%) △하나은행(7.72%) 수준으로, 2개월 새 많게는 2.6배 정도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우리은행은 0.67%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과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 등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계 신용대출의 완급조절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한편 시장금리의 점진적인 상승으로 기본금리가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배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 규제 완화로 인해 신사업 투자는 물론 여신(대출) 여력이 상승하면서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마이너스카드는 처음에 한 번만 대출 약정을 하면 돈을 빌릴 때마다 대출을 신청할 필요가 없어 편리할 뿐 아니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이너스통장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사용한 금액과 기간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면 된다. 

지난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마이너스카드는 카드 대란 이후 한동안 종적을 감춘 바 있다. 신한카드만이 지난 2008년부터 ‘마이너스 대출’ 상품을 운영해왔으며 지난 8‧9월에 우리카드와 하나카드가 각각 ‘우카 마이너스론’, ‘마이너스 카드’를 내놓으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이들 상품은 이용한도가 5000만~1억원대로 만기는 1년이다. 금리는 신한카드(8.7~21.9%), 우리카드(4~10%), 롯데카드(최저 4.95%)로, 카드사의 주요 고객층이 중저신용자임을 감안하면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견줘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의 지속적인 인하와 코로나19 등 본업의 수입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이자로 인한 수익 비중이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카드는 대출 건수가 1건으로 잡혀 고객에게도 신용도 하락 위험이 적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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