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정찬욱 편집기자
일러스트 : 정찬욱 편집기자

[편집자주] 올해 국내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일명 ‘동학개미’를 노리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불법 주식리딩을 하거나 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기망하며 고액의 리딩비를 편취,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고 있다. 주식리딩방의 실태와 향후 제도 개선 방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투자 열풍에 주식리딩방 우후죽순

올해 주식투자 열풍과 함께 ‘주식리딩방’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불법 투자자문을 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수취하는 주식리딩방은 유사투자자문업체 주도로 최근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를 활용해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의 역사는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사설 투자자문업자 양성화 목적으로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일정 양식을 갖춰 금융감독원에 신고만 하면 누구나 유사투자자문업 등록이 가능하다. 

다만 유사투자자문업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으로 인정받지 않는다. 고객에게 일대일로 자문하는 투자자문업과 달리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방송, 통신 등을 통해 투자 조언만 가능하다. 

문제는 올해 유사투자자문업자와 이들의 불법행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식리딩방은 최근 동학 개미 운동에 힘입어 늘어났다.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며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틈을 타 불법 리딩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의하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총 2114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신고 업체 수인 1826개보다 288개 늘어난 수치다. 지난 2월 금감원이 97개 유사투자자문업자에 직권말소를 내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만 385개 신규업체가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고액이용료에 손실도 눈덩이

업체 증가로 이들의 불법행위도 덩달아 급증 추세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는 지난 2016년 768건에서 지난 2019년 1만3181건으로 4년새 17배 이상 늘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건은 82건으로 전년 동기(37건) 대비 122% 증가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러스트 : 정찬욱 편집기자
일러스트 : 정찬욱 편집기자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저지르는 불법행위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먼저 이들은 대부분 주식리딩방으로 불리는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인 리더가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매를 지시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최소 XX% 수익률 보장’, ‘종목적중률 XX%’ 등 객관적인 근거 없이 허위·과장된 내용을 광고해 소비자를 유혹한다. 

객관적 증거 없이 검증할 수 없는 실적과 고급정보를 미끼로 끊임없이 유료회원 가입을 유도한 후 갑자기 종적을 감추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용료 환급을 거부·지연하거나 위약금을 과다 청구하는 피해 사례도 있다.

물량 떠넘기기에 손실을 입는 사례도 많다.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신규 회원 모집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상승종목을 제시해 수익을 얻게 해주는 대신 유료회원에게는 동일 종목의 매도 물량을 떠넘기는 수법이다.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될 위험도 있다. 

회원들은 고액의 이용료는 물론 막대한 투자손실까지 떠안을 수 있다. 

일부 주식 리딩방은 운영자가 추천 예정인 종목을 미리 매수한 후 회원들에게 매수를 권유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올려 이득을 취하는데 투자자가 리딩방 운영자의 매매지시를 단순히 따라했다가 의도치 않게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돼 검찰 수사 및 형사재판을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자 지난 6월 금감원은 주식리딩방과 관련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은 금융위원회가 정식 허가한 금융회사가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자나 일반 개인 등이 운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리딩방 운영자들이 금융 전문성과 투자자 보호장치 등이 사전에 검증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 주식리딩방과의 전쟁나서

이렇듯 주식리딩방 관련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주식리딩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김태현 사무처장 주재로 제 27차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개최하고 금융 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경찰과 공조해 주식리딩방을 활용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지위·기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효과적 유사투자자문업 규제 방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불법 유사투자자문 단속을 위해 금융투자업감독규정도 개정한다. 

지난달 21일 금감원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주식리딩을 불법으로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한 금융투자업감독 규정 개정을 사전예고했다. 

개정안 주요 골자는 유사투자자문업 신고서상 명시된 유사투자자문업 영위 가능 업무 종류에서 단체대화방을 삭제하는 것이다. 

현행 감독 규정은 △문자메시지(SMS) △단체대화방 △전화자동응답방식(ARS) △홈페이지 (카페, 블로그 등 포함) 운영 △강연 △출판물 판매(S/W, 서적등) △방송 (TV, 인터넷 등) 등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영위 가능 업무로 명시돼 있다. 

금감원은 단체대화방에서 이뤄진 대화도 일대일 투자자문으로 볼 수 있다고 봐 감독규정 손질에 나섰다. 예컨대 단체대화방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 다수의 회원이 질문하고 업자가 답변하는 행위가 이뤄진 경우 각각의 행위를 일대일 투자자문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조언만 할 수 있고, 일대일 문답과 같은 투자자문 행위는 금지된다. 투자자문 행위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등록된 투자자문업자에 한해서 허용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유튜브를 활용한 투자자문에 대한 규제안도 강화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을 통해 투자조언 시 질의응답이나 댓글을 통해 투자자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개정안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개별 자문행위 가능성이 있는 매체 이용 시 무등록 투자자문 관리·방지수단을 마련하고 사업계획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당국이 유사투자자문업자를 단속하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법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이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 보유한 강제 조사 권한이 없는 데다 인력도 태부족한 탓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에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조사에 있어 통신조회권 등 조사권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체의 단체대화방에서의 투자자문은 기존에도 금지된 업무인데, 규정상 업자들이나 투자자가 일대일 채팅방에서의 투자자문만 금지된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어서 규정을 좀 더 명확하게 개정했다”며 “현재 투자자 보호를 위한 효과적 유사투자자문업 규제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