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모자랐던 지백과 조괄, 결국 멸문·패전 경험
다양한 은행연합회장 하마평, 덕 갖춘 리더 필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전국시대의 시작은 삼가분진(三家分晉)에서 시작됐다.

진(晉)나라의 대부 세 사람이 나라를 한, 위, 조로 나눠 갖는 시기다. 그런데 당시 진나라에는 세 사람의 대부보다 더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다. 지(智)씨 집안이었다.

후계 구도에서 실패하면서 자신보다 세력이 약했던, 그러나 덕과 경험을 통해 잘 연대했던 세 집안은 각각 제후국으로 봉해졌으나 지씨 집안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를 두고 송나라의 정치가였던 사마광은 《자치통감》을 통해 재승덕론(才勝德論)을 주장한다. 재승덕했기에 진나라에서의 세력다툼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재승덕은 재주가 덕에 앞선다는 뜻이다. 재주는 지식은 물론 언변, 문장에 대한 타고난 능력과 임기응변 등을 포괄적으로 뜻하는 단어다.

현대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런 재주가 있는데,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사마광은 이 ‘재주’에 문제가 있다고 바라본다. 그가 말하는 재주는 총명하게 잘 살피며 굳건한 태도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덕은 올바르고 곧고 치우치지 않으며 화합하는 것을 말한다.

지씨 집안을 망친 대표적인 인물은 지백(智伯)이다. 그는 체력이 좋아 활쏘기와 말달리기에 능숙했고, 기예는 물론 문장과 말솜씨도 빼어났다.

이렇게 많은 재주를 갖추고 있었지만 품성이 어질지 못했다고 한다. 즉 재승덕한 결과 한, 위, 조 세 집안에 밀리게 된다.

이를 두고 사마광은 “나라와 집안을 다스리는 사람은 진실로 재주와 덕의 몫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능력과 덕을 함께 갖춘 인물이 최고의 리더라고 말하고 능력이 조금 없어도 덕을 갖춘 사람이 그다음을, 세 번째는 능력과 덕이 없는 사람이라고 순서를 제시한다.

그리고 능력은 있으나 덕이 없는 사람은 절대 리더 자리에 오르면 안 된다고 《자치통감》에서 밝히고 있다.

사마광의 말한 절대 리더가 돼서는 안 되는 사례를 살펴보자.

삼가분진을 통해 등장한 전국시대 조(趙)나라에 조괄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아버지와 병법을 다툴 만큼 영민했던 조괄의 평판은 드높았다. 하지만 그를 통해 지상담병(紙上談兵)과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는 고사가 만들어진다.

지상담병은 ‘종이 위에서 병법을 말한다’는 뜻으로 머리로만 생각하고 실행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는 고사다.

교주고슬은 ‘거문고 기둥을 아교로 붙여 연주한다’는 뜻으로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고지식함을 비꼬는 말이다.

그래서 식견이 짧아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비난할 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두 고사 모두 리더십과 관련, 강력한 메타포가 담겨 있다.

조괄의 아버지 조사는 아들의 단점을 정확하게 집고 장차 장수로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을 부인에게도 귀띔해둔다.

보통의 부모라면 선택할 수 없는 일을 조사와 그의 부인은 실제로 행한다.

진(秦)나라의 술수로 조나라의 왕은 조괄을 대장군으로 임명하는데, 어머니가 찾아가 반대 상소를 왕에게 직접 전했을 정도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40만 대군이 생매장 당하는 ‘장평대전’에서의 패전이었다.

재주는 많았으나 경험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의 지식을 과신한 결과다.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그 정도만 겸손했어도 재승덕의 사례를 보태지 않았을 것이다.

은행연합회 회장 자리를 두고 다양한 하마평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은행은 물론 금융사의 수장들도 교체했거나 선임 절차를 밟고 있다.

누가 실행력과 덕을 갖춘 리더로 그 자리에 오를지 궁금하다. 그 선택이 기업은 물론 조직,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