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실효성 낮고, 투자자보호 역행 비난
김병욱 의원실 “업계 의견 청취·검토 단계”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사모펀드 수탁거부가 심화되면서 여당이 전문수탁사 설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전문수탁사 설립의 실효성과 함께 투자자 보호 기능 축소를 우려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병욱 의원(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이 펀드 전문수탁사 설립에 대한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전문사모운용사들에서 수탁사들의 수탁거부로 사모펀드 시장이 고사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자 전문수탁사 설립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전문수탁사는 최근의 수탁거부 현상에 대해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대안이다. 금투협은 시트코(Citco)와 같은 전문펀드수탁·사무관리사를 롤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시트코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수탁·사무관리사로 관리 자산 규모만 약 1조1000억달러(약 1200조원) 수준이다.

실제 지난해를 기점으로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고가 확산하면서 국내 수탁은행의 사모펀드 수탁거부가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은행권 펀드 수탁계약 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9월 4603건이었던 국내 시중은행 사모펀드 수탁계약은 올해 9월까지 1881건으로 59.1% 급감했다.

금융위는 김병욱 의원실이 내놓은 전문수탁사 설립의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사모 시장이 고사 될 위기에 놓였다는 자산운용업계의 의견에 이에 대처할만한 아이디어 등을 듣고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법 개정 준비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외부에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모업계는 전문수탁사 설립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사모업계 관계자는 “시트코는 전문수탁사라기보다는 종합재무서비스 제공 회사로 시트코를 모델로 한 회사를 만들 바에는 시트코를 이용하는 게 낫다”며 “시트코의 전문수탁기능만 떼 와서 전문수탁사를 설립할 경우 신탁보수는 높아질 텐데, 그 경우 기존 국내 수탁업무를 맡고 있는 곳들이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펀드 수탁거부 사태의 문제는 기존 수탁사의 전문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수탁 비용이 너무 낮고, 법에 수탁사의 의무가 애매하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펀드를 구분해 시장성자산 외의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에 대해서는 수탁사 의무를 더 지우되 보수를 높이는 게 수탁거부를 줄이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수탁사 설립이 시장 논리에 역행하고, 이로 인해 투자자 보호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차앤권의 차상진 금융 전문 변호사는 “옵티머스펀드 사태로 수탁사 책임론이 커지면서 수탁사들의 펀드 검증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수탁사를 설립하는 것은 나쁜 펀드의 탈출구를 만들어 주는 셈으로 현재와 같이 사모펀드시장에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는 부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일시적으로 수탁사들의 수탁거부가 늘어났지만, 우량 펀드라면 수탁사들이 수탁거부를 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펀드만 살아남게 돼, 결국 투자자에게 좋은 금융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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